[헬스 파일] 우유 알레르기

입력 2015-07-28 02:09
김승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며칠 전 한 아기 엄마가 진료실을 찾아왔다. 생후 100일이 갓 지난 아기와 함께였다. 아기의 키와 몸무게가 하위 5%에 불과해 걱정이라고 했다. 검사결과 다행히도 아기의 건강은 전반적으로 양호했다. 아기가 영양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엄마의 수유 방법과 시간을 조정해주는 것으로 진료를 마무리했다.

사실, 저체중을 겪는 아이 중에는 특정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중 하나가 우유 알레르기다. 국내에서 실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저체중으로 진료실을 찾는 아이 중 32%에서 우유 알레르기가 발견되고 있다.

우유 알레르기란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우유 속의 단백질을 해로운 물질로 잘못 인식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구토 같은 소화기 증상 뿐 아니라 피부발진,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생우유만 알레르기를 일으킨다고 생각하는 엄마들이 많지만, 분유도 우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심한 아기들은 모유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문제는 12개월 미만의 아기들이다. 이 때는 분유나 모유가 아기들의 주식이다. 때문에 알레르기 증상이 심한 경우 구토 등으로 섭취량이 줄면 영양 부족으로 체중이 늘지 않는다. 우유 알레르기로 인한 설사, 혈변인 줄 모르고 되레 소화가 잘 되라고 분유를 묽게 타서 준다거나 장기간 일반 설사 분유를 먹이는 등 잘못된 자가 치료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성장장애는 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빨리 교정해야 예후가 좋다. 의사로부터 우유 알레르기를 진단 받았다면, 특수 조제된 분유를 먹이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알레르기용 특수 분유는 우유 단백질을 분해해 알레르기 반응을 감소시킨 것이다. 분해 정도에 따라 부분 가수분해 분유, 완전 가수분해 분유, 아미노산 분유로 나뉜다. 이 중 아미노산 분유는 단백질을 소화되기 직전 단계인 아미노산 단위까지 잘라놓은 분유다. 우리 몸 속 면역체계는 아미노산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유 알레르기를 유발할 가능성이 거의 없고 소화 흡수가 우수해 저체중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세상에 완벽한 엄마는 없다. 하지만 현명한 엄마가 될 수는 있다. 우유 알레르기와 같이 저체중을 유발할 수 있는 질병들에 대해 바르게 인식하고 조기에 병원에 방문해 적절한 조처를 한다면 우리 아이도 건강한 아이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김승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