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불법해킹 의혹] 이 원장 “職 걸고 불법 사찰 없었다”

입력 2015-07-28 02:48
새누리당 소속인 주호영 국회 정보위원장(왼쪽)이 27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회의 비공개 진행을 선언하고 있다. 서영희 기자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 규명을 위한 국회 정보위원회가 27일 가동됐지만 의혹 규명은 마무리되지 못했다. 되레 여야 공방만 확산됐다. 국정원은 야당이 요구한 로그파일 등 자료 제출 없이 ‘임 과장 삭제파일’ 복구 내용을 보고했다. 국정원의 해명에 대해 새누리당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내놨지만 야당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했다.

◇삭제·복원된 51개 자료=국정원은 자살한 임모 과장이 삭제한 51개 파일에 대해 100% 복원을 마쳤고 분석 결과 내국인에 대한 사찰은 없었다고 보고했다.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임 과장이 자료를 삭제한 게 51개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을 들었다”며 “대북·대테러용이 10개, 접수했으나 잘 안 된 게 10개, 나머지 31개는 국내 실험용”이라고 말했다. 접수했지만 잘 안 됐다는 표현은 대북·대테러용으로 프로그램을 심었지만 실패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정원은 실험용이 아닌 20개를 각기 다른 인물이나 조직에 투입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그러나 구체적인 대상에 대해선 비공개로도 밝히지 않았다. 야당 소속 정보위원은 “스파이웨어를 심은 대상을 특정해 적시한 건 없었다”며 “1장짜리 PPT 자료로 설명하면서 A, B, C 식으로 리스트만 나열했다”고 했다. 해킹 프로그램 침투 방법에 대해서도 “상대방이 위험에 빠질 수 있어 노출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SKT 회선=국정원은 야당이 민간인 사찰 의혹 정황이라며 제시했던 SK텔레콤 회선에 대해서는 “국정원 자체적으로 실험했던 번호”라고 보고했다.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국정원이) SK텔레콤 3개 회선에 대해 해킹을 해 대국민 사찰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는 명백히 규명됐다”며 “(대상이) 내국인이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는 내국인인 것으로 증명됐다”고 했다. 그는 “국정원 자체의 스마트폰과 이탈리아 ‘해킹팀’ 접속 시간이 일치하고, 국정원의 번호로 정확하게 나온다”며 “국정원에서 자체 실험하는 번호라는 게 딱 나왔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야당이 의혹을 제기한 5개 회선 중 3개 회선에 대한 공용 휴대전화와 PC 단말기 실물을 직접 가져와 정보위에 보고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나머지 2개도 같은 형태”라며 “의혹이 제기되면 나머지를 다음에 가져와 보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야당은 “국정원이 010으로 시작되는 번호를 알려주며 ‘이건 국정원 게 맞다’고 설명했고, SK텔레콤에 문의해도 ‘국정원 번호가 맞다’고만 답했다”며 “근거가 없다”고 반발했다.

◇임 과장 관련 의혹=국정원은 임 과장 사망 과정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보고했다. 이 의원은 “임 과장이 내부 논란이 있었음에도 자신이 강력하게 주장해 RCS(리모트컨트롤서비스) 프로그램을 채택했는데 이게 논란이 돼 압박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임 과장이 지난 17일 새벽 1∼3시 사이 파일을 삭제했는데 그날 오후 국정원이 원본 파일을 공개한다고 하니 그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 업무과욕으로 실수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과장은 업무용 컴퓨터를 이용해 RCS에 있는 ‘딜리트’(삭제) 키로 자료를 삭제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삭제 자료 복구가 늦어진 것에 대해서도 “전체 서버가 600GB(기가바이트)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여서 전체를 포렌식 방법으로 복구해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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