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늘리기 논란] 與 “염치 없는 주장” “정치 실업자 구제” 거센 비판

입력 2015-07-28 02:00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왼쪽)가 27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최고위원회를 주재하기 위해 입장하며 이종걸 원내대표를 외면하고 있다. 문 대표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 주장을 편 이 원내대표에 반해 "지금은 의원 정수 확대를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영희 기자

새누리당이 야당발(發) 국회의원 정수 증원 주장에 집중포화를 가했다. “염치도 없는 주장” “질러놓고 보자는 전략” “정치 실업자 구제”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제안 자체의 당위성을 떠나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는 의제인 만큼 확실하게 선을 긋고 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국민공천제(오픈프라이머리)를 부각시키기 위한 측면도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국회는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며 “정수를 늘리는 것보다 국민 신뢰부터 회복해야 할 때”라고 일축했다. 이어 “공천권을 국민께 돌려드리는 정치혁신이 개혁의 핵심이 돼야 한다”며 오픈프라이머리 수용을 재차 촉구했다. 회의에선 “정치 실업자를 구제하는 방향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이정현 최고위원)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자는 것인지 의아스럽다”(황진하 사무총장)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박민식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IMF 사태 때 국회의원 숫자를 20∼30명 줄인 적이 있다”며 “지금이 그때보다 더 힘들다고 하면서 60명, 100명 늘리자는 건 국민들한테 염치가 없는 짓”이라고 했다. 이어 “시쳇말로 많이 질러놓자는 전략이 아닌가”라고도 했다.

새누리당이 야당에 맹비난을 퍼붓는 배경은 국민 정서다. 한국갤럽이 지난 5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회에 대한 지지율은 5%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스스로 의원 숫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면 다른 정치개혁 의제마저 도매금으로 묶여 퇴색될 수 있다는 게 여당 인식이다.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는 공공부문,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추진하면서 비용 줄이기에 나섰는데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자고 하는 건 사회 분위기에 역행하는 뜬금없는 소리”라고 했다. 김용태 의원은 MBC라디오에 나와 “지역구도 완화를 위해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면 지역구 의원 수를 줄이면 된다”며 “그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정수를 늘린다면 국민들이 국회를 해산하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물밑에선 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없지 않다.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현행 3대 1에서 2대 1로 조정하도록 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실현하려면 현실적으로 지역구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현재 의석수를 유지하고 헌재 결정을 지키면 인구수가 적어 통폐합되는 농어촌 지역이 일방적으로 희생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법안 심사와 예산 심의를 제대로 하고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선 현재 의석수로는 부족하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에 대한 여론이 싸늘해 밖으로 말을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야 모두 정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관계자는 “야당은 비례대표가 늘면 유리하다고 보고 의원 수를 늘리자는 주장을 들고 나온 것”이라며 “여당은 판을 흔들기보다 소선거구제에서 현행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는 게 낫다고 보기 때문에 접점을 찾을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