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전 네팔 누와코트 비둘 지역의 트리부반·트리슐리 초등학교. 교정 한 편에 있는 임시교실 신축현장에서 학교 운영위원장인 모헌 바하드 스레스터씨가 감사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지진으로 인근 3개 지역 학교에서 함께 사용하던 과학기술실마저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시 교실을 짓도록 지원해주셔서 우리 학생들은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감사 편지를 받아든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월드디아코니아(WD) 공동상임단장 정성진(거룩한빛광성교회) 유만석(수원명성교회) 목사는 스레스터씨와 힘찬 악수를 나눴다.
◇‘십시일반’ 한국교회의 사랑의 힘=태안 기름유출사고(2007), 중국 쓰촨성 대지진(2008), 아이티 대지진(2010), 동일본 대지진(2011), 필리핀 태풍 ‘하이옌’(2013), 세월호침몰사고(2014). 국내외 대형재난이 터질 때마다 이어져온 한국교회의 온정은 세계 최빈국 네팔의 대지진 피해 현장에도 어김없이 전해졌다.
27일 한교봉·WD에 따르면 지난 5월 1일부터 국민일보와 함께 진행한 ‘네팔 지진피해 돕기 캠페인’ 모금액은 27일 현재 5억7500여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캠페인 종료 시점인 다음달 29일까지 6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교단들도 자체 모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은 이달 초까지 13억원을 모았다. 예장합동·백석·고신,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구세군대한본영 등의 모금 총액도 10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한국교회 전체의 모금 규모는 30억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지원규모는 네팔 현지의 대표적인 기독교 재해구호단체인 루터교세계연맹(LWF) 네팔지부가 모금해 운용 중인 네팔지진 재해구호기금 600만 달러(약 70억원)의 43%에 달한다. LWF는 미국 독일 네덜란드 핀란드 덴마크 등 5개국의 초교파 교회들로부터 구호·개발 기금을 지원받고 있다.
천영철 한교봉·WD 사무총장은 “모금을 통한 한국교회의 구호활동이 세계 주요국 교회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제는 중복 지원을 막고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현지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한국교회 구호활동의 현실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구호 창구 단일화하고 현지 전문가 적극 활용하자”=네팔 지진피해 구호현장을 방문한 한교봉·WD 관계자들은 “체계적인 구호활동을 위해서는 현지 전문가들을 적극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3일 네팔 카트만두에서 가진 긴급 좌담회에서 정성진 목사는 “네팔 재난 구호에서 숙련된 구호 경험을 지닌 LWF와 손을 잡고 현지 사정에 밝은 한국인 선교사회와 연합 사역을 펼치는 것은 향후 한국교회의 재난구호활동에 있어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유만석 목사는 “개교단·개교회 주의에 따른 경쟁적 구호활동의 부작용이 적지 않은 게 한국교회의 현실”이라며 “구호 창구를 단일화하고 성금을 투명하게 집행하고 관리하는 일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천 사무총장은 “WD가 지난달부터 국내 6개 교단과 네팔구호 연석회의를 시작하면서 네팔 현지의 정보를 교류하고 중복지원 방지책을 마련해나가고 있다”면서 “향후 긴급구호 대응팀과 긴급구호기금 마련 등 효과적인 연합구호 사역을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카트만두·누와코트=박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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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3개월, 네팔의 희망가] 교계 전체 모금액 30억원 웃돌듯… 한국 기독교인, 현지에 희망 선물
입력 2015-07-28 0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