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자, 집권 前 드라크마 전환 준비했다… 납세자 계정 해킹 계획까지 바루파키스 前 재무 폭로

입력 2015-07-28 03:38
집권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 내부의 ‘딴 속셈’이 드러나면서 3차 구제금융 협상을 시작한 그리스가 또다시 내홍 위기에 휩싸였다. 시리자 일부 의원이 그리스 옛 화폐인 드라크마로 돌아가기 위해 중앙은행 준비금을 활용하고 납세자들의 계정을 해킹하려 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6일(현지시간) 시리자 내 강경파로 통하는 파나기오티스 라파자니스 전 에너지부 장관이 현지 매체 리얼뉴스데일리와의 주말판 인터뷰에서 “유럽중앙은행(ECB)과 맞서 싸우기 위해 그리스 중앙은행 준비금을 사용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라파자니스 전 장관은 “중앙은행 준비금을 써야 하는 주요 이유는 그리스 경제와 그리스 국민의 생존을 위한 것이며 이는 헌법이 규정한 모든 정부의 최우선 의무”라면서 “그랬더라면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퇴출당했더라도 연금과 공공부문 임금 지급을 가능하게 해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강경론자로 그리스의 협상 타결을 위해 전략적으로 사퇴한 야니스 바루파키스 전 재무장관은 소수의 시리자 의원들로 팀을 구성해 그리스 은행 폐쇄 시 유사 은행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플랜 B’를 수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일간 카티메리니에 따르면 바루파키스 전 장관은 지난 16일 한 투자자 회의에 참석해 “그리스인들이 온라인 세금계정에 접속할 때 사용하는 비밀번호를 정부가 비밀리에 복사해 새 비밀번호를 발급하는 데 사용했다”고 말했다. 플랜 B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집권하기 이전에 수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디미트리스 마르다스 재무부 차관은 ‘플랜 B’ 논란에 대해 “정부의 정책으로서 단 한번도 논의된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을 통해 “새로운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그리스의 채무를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증가시킬 것”이라면서 그리스의 상황을 19세기 영국 등에 있었던 ‘빚쟁이 감옥’에 빗대어 경고했다. 빚쟁이 감옥은 채권자가 채무자를 감옥에 가두고 숙박비 개념의 간수료와 식대 등을 받으면서 낮에는 외출해 돈을 벌게 하지만 식대 등을 지급하고 나면 빚을 갚을 여력이 없어 감옥생활이 연장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는 “과거 동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에서도 유사한 내용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시행됐지만 결국 경기하강을 불황으로, 불황을 공황으로 각각 악화시켰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임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