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빅3’ 출판사 중 한 곳인 김영사의 경영진 문제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횡령 규모, 사이비 종교와의 연루, 내연관계 등 그동안 수면 아래에서 떠돌던 얘기들이 폭로됐고 소송전도 시작됐다.
박은주(58) 전 김영사 대표이사 사장은 김영사 설립자이자 현 대표이사 회장인 김강유(68·김정섭에서 개명)씨를 350억원 규모의 배임 및 횡령, 사기 혐의로 지난 23일 검찰에 고소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검사 조종태)는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고 27일 밝혔다. 김 회장 측도 “박 전 사장이 200억원을 횡령했다”며 배임과 횡령 혐의로 맞고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사장은 김영사가 설립된 직후인 1983년 편집장으로 입사, 1989년 사장에 취임한 후로 25년간 회사를 이끌다 지난해 5월 석연찮은 이유로 물러났다. 재임 기간 연매출 10억원도 안 되던 회사를 최대 500억원이 넘는 국내 최대 단행본 출판사로 키워내 ‘출판여왕’ ‘출판여제’로 불렸다. 국내 첫 밀리언셀러로 기록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비롯해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정의란 무엇인가’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만들었다. 김영사 주식 40%와 서울 가회동 김영사 사옥을 소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 베일 속 인물이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당시 30대 초반의 박 전 사장에게 김영사의 지분과 경영권을 물려주고 본인은 불교 수행에만 전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나친 은둔 성향과 출판사 안에 법당을 차려놓았다는 얘기가 돌면서 ‘김 회장이 사이비 교주가 아니냐’는 소문이 그치지 않았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채 오랜 기간 운영돼 왔던 김영사는 지난해 박 전 사장이 돌연 사퇴하면서 여러 의혹을 낳았다. 박 전 사장이 소유권을 탐내다 실패했다는 소문이 있었고, 박 전 사장의 횡령 문제가 드러나 물러났다는 소문도 있었다.
박 전 사장이 고소장에서 주장한 김 회장의 혐의는 △형이 운영하는 회사에 김영사 자금 35억원을 적절한 채권회수조치 없이 빌려줘 김영사에 손실을 끼쳤고 △김영사에 출근도 안 하면서 본인 월급 등의 명목으로 36억원을 받아갔으며 △박 전 사장에게 보상금 45억원을 준다고 속여 박 전 사장 소유 회사 주식과 가회동 사옥, 퇴직금까지 모두 포기하게 하는 식으로 285억원 상당을 잃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박 전 사장은 이날 “지난해 김영사 주식과 가회동 사옥, 퇴직금까지 포기하는 서면 합의서를 김 회장의 협박 속에서 작성했다”며 “당시 포기 대가로 45억원과 새출발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구두 약속이 있었는데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았다”고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김영사에 들어간 직후인 1984년부터 2003년까지 20년간 김 회장이 운영하는 경기도 용인 소재 법당에서 숙식을 하며 출퇴근했고, 그동안 받은 월급과 보너스, 주식배당금 전액 등 총 28억원을 김강유 교주에게 바쳤다”고 폭로했다. “김 회장이 유부녀와 오랫동안 동거를 했다”는 주장도 했다. 김 회장이 법당 소속 인물을 출판사에 간부로 파견했고, 김영사 주식을 형이나 부인 등 가족 명의로 소유하고 있다는 자료도 공개했다.
김영사는 이날 김 회장의 답변이 담긴 해명자료를 냈다. 김영사는 “박 전 사장은 불의한 방법으로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쳐 2014년 3월 즈음부터 감사를 받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2014년 5월 말 퇴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박 전 사장이 본인 잘못을 스스로 밝히고, 이에 대한 문제해결 방안을 담은 합의서를 2014년 9월 작성했다”면서 “그런데 합의서를 이행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어오다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제자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설득과 화해를 위한 노력을 해왔는데 결국 고소를 당하게 돼 황당하고 안타깝다”면서 “저는 어떤 방식으로도 회사에 손해를 입히지 않았음을 떳떳하게 밝힌다”고 말했다.
김영사 한 간부는 “문제의 본질은 박 전 사장의 횡령”이라며 “본인이 회사에 돌려놓겠다고 확인서를 써줬으면 이행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하지 않았다. 그 금액이 워낙 크다”고 말했다.
박 전 사장 사퇴 이후 대표이사로 복귀한 김 회장은 직원 3명을 208억원 횡령 혐의로 고발했으나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또 김 회장 복귀 이후 직원 25명이 회사를 떠났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소문 떠돌던 ‘김영사 미스터리’ 터지나… 박은주 前 사장, 김강유 회장 배임·횡령·사기 혐의로 고발
입력 2015-07-28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