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한 남성이 여자친구에게 택시를 잡아주려 한다. 여성은 “오빠야, 할증 붙으면 5만원이야”라며 부끄러운 표정을 짓는다. 모텔에 가자는 암시다. 야릇한 눈길이 오가는 남녀를 배경으로 ‘기회는 항상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문구가 화면을 채운다.
이것은 모텔·호텔 검색 애플리케이션(앱) 업체 A사의 CF 내용이다. 케이블·지상파 TV와 영화관, 인터넷에서 방영되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영화관을 찾은 전모(26·여)씨는 영화 시작 전 상영된 이 광고를 보고 깜짝 놀랐다. 당시 영화관은 전체 연령 관람가 애니메이션을 보러온 유치원생 초등학생 중학생으로 가득했다.
전씨는 “뒷자리 아이가 광고 내용을 물어보자 부모가 말을 흐리더라”며 “모텔 검색 광고가 어린이에게까지 무차별 노출되는 상황이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런 ‘19금’ 모텔 검색 광고는 앱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A사의 다른 광고는 더 노골적이다. 한 여성이 짧은 응원복을 입고 연습하다 “씻고 싶다”고 하자 남성이 음흉한 표정을 짓는다. 극장에서 야한 장면을 보던 여성이 남자친구에게 “저런 것도 가능하냐”고 묻거나 향수가게에서 “향수냄새 대신 오빠냄새를 맡고 싶다”며 얼굴을 붉히는 버전도 있다. 모두 남녀의 성행위를 암시하는 내용이다.
다른 모텔 검색 앱 업체 B사가 제작한 광고도 선정적이긴 마찬가지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패러디한 광고는 경주하던 거북이가 넘어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거북이가 상기된 표정으로 가슴과 엉덩이 등을 가리자 신음소리 섞인 음악이 울려 퍼진다. 이를 바라보던 토끼가 음흉하게 웃고 나서 ‘놀 만큼 놀았다’는 카피가 등장한다. 이 업체 페이스북에는 춘향전을 패러디해 춘향과 이방의 야릇한 하룻밤을 묘사한 광고도 올라와 있다.
이런 광고의 가장 큰 문제는 TV나 영화관은 물론 버스정류장과 지하철 등에 설치된 옥외광고판, 인터넷 등을 통해 누구에게나 노출된다는 데 있다. 서울 부산 등 주요 도시 지하철과 버스정류장에는 ‘여기까지 와서 왜 이래’ ‘넌 버스 타, 난 애가 타’ 등 자극적인 문구의 광고가 버젓이 게재돼 있다.
부산에 사는 학부모 이모(41·여)씨는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야한 모텔 검색 광고가 붙어 있어 민망하다”며 “어린 학생도 많이 이용하는데 어떻게 이런 광고가 붙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 측은 딱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버스정류장의 경우 각 자치구에서 심의해 통과할 경우에만 광고를 허락한다”며 “모텔 검색 앱도 이 심의기준에 맞췄기 때문에 광고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지하철은 부산교통공사가 광고 수주 등을 외부 업체에 맡기고 있다. 광고 심의기준을 강화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기획] TV·지하철 19禁 ‘모텔 앱’ 광고 애들이 볼까 부모마음 조마조마
입력 2015-07-28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