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푸틴과 친구들’뿐… 승전 70주년 초조한 중국

입력 2015-07-28 02:31
제2차 세계대전 및 중국인민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한 달여 앞둔 26일 한 인부가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의 초상화가 걸린 베이징 천안문 성루 벽면에 붉은 페인트를 새로 칠하고 있다. 차이나데일리

중국이 오는 9월 3일 개최되는 제2차 세계대전 및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 준비에 한창이다. 열병식이 열리는 베이징 천안문 일대에 대해 새 단장에 나섰고, 행사일 무렵 베이징의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도록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최소 50개국에 초청장을 정식 발송했다. 하지만 참가하겠다고 확답한 나라는 러시아 등 소수에 불과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준비는 시작했는데=중국 당국은 천안문과 천안문 광장 주변의 개보수 작업을 지난 25일부터 시작했다.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의 초상화가 걸린 천안문 성루의 벽면은 붉은색 페인트가 새로 칠해졌다. 광장을 가로지르는 400m ‘돌길’은 이번 주말까지 교체 및 보수 작업이 마무리된다. 6만4000개의 돌이 산둥성에서 공수됐다.

천안문 성루와 광장 사이 동서를 가로지르는 3.6㎞ 창안제(長安街)는 열병식에서 중국 인민해방군과 각국 의장대들이 퍼레이드를 하는 주무대인 만큼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 아스팔트는 새로 입혀지고 가드레일도 화려하게 꾸며진다. 창안제 밑에는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1.2m 두께의 ‘폭발 방지층’이 새로 설치됐다.

베이징시는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의 ‘APEC 블루’를 재현하기 위해 대기 질 개선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APEC 정상회의를 전후로 열흘간 차량 2부제 운행과 공장조업·건설공사 중단 등을 시행해 대기오염 수치를 크게 낮췄다. 이 때문에 베이징에서는 보기 드문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푸틴만 오면 안 되는데=중국 외교부 고위 관계자들은 한국 특파원들을 만날 때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열병식 행사에 올 수 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을 자주한다. 현재 참석이 확실한 정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 정상들뿐이다. 자칫 ‘그들만의 잔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참석을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참석도 관심이다. 베이징에서 한국과 북한 정상 간 만남을 주선한다면 동북아 외교 지형에서 발언권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과 포털사이트는 지난 25일 김 제1비서가 제4차 전국노병대회에서 발표한 연설 내용 중 “중국인민지원군 노병 동지들에게 숭고한 경의를 드린다”는 내용을 일제히 부각시켰다. 제목 등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가미됐다. 열병식에 공식 초청한 김정은에 대해 구애와 성의의 메시지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당수 관측통들은 이번 열병식 행사의 기저에는 민족주의와 반(反)일본 메시지가 깔려있기 때문에 서방 지도자 참석은 힘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7일 보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열병식에는 참석하지 않는 대신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만 갖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비슷한 방식으로 중·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