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의원 수 대폭 늘리면 함량미달 금배지 양산된다

입력 2015-07-28 00:37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당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국회의원 정원 대폭 확대에 대해 “지금은 논의할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반대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현재 300명에서 69명이나 늘리자는 데 대한 여론의 거센 비난을 잠시 피해보자는 의도로 비친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390명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이틀째 이어갔다. 새정치연합이 증원 명분으로 총선에서의 지역편중 구도 청산을 내세우지만 의석 확보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임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369명 안은 현재의 지역구 246명을 유지하되 비례대표를 그 절반인 123명(현재 54명)으로 크게 늘리자는 것이다. 영남에서 새정치연합 후보, 호남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다수 당선시키려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하는데, 그걸 위해서는 비례대표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지역구도 청산이 국민적 바람인 만큼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300명 정수를 유지하면서 도입하는 방안을 깊이 연구하지도 않은 채 증원 얘기부터 하는 것은 국민 뜻과 배치된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증원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국회 비효율성에 대한 국민 비판이 하늘을 찌르는 상황에서 60∼90명이나 늘리자는 것은 후안무치가 아닐 수 없다. 거기다 영남에서의 새정치연합 당선자가 호남에서의 새누리당 당선자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새정치연합의 정략임에 틀림없다. 의원을 늘리더라도 의원 유지 총예산을 동결하겠다지만 그걸 믿을 국민은 별로 없다. 지금까지의 국회 행태로 볼 때 세비 등을 얼마 안 가서 슬그머니 올릴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수백 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공정하게 공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비례대표 공천은 총선 때마다 뒷거래 온상이란 비판을 받았다. 함량미달 금배지를 양산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종합해보면 현 시점에서 의원 증원은 마땅히 단념해야 한다. 증원 없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이 어렵다면 대신 석패율제를 적극 검토해보기 바란다. 지역구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지역구도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