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빙점’, 나사로 부활이 모티브 됐다”… 제15회 동북아기독교작가회의, 내달 6일 일본서 개막

입력 2015-07-29 00:16
동북아기독교작가회의 회원들이 2013년 8월 경기도 용인 대한성서공회 로스기념관에서 김현승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 연 제14회 회의에 다함께 모였다. 동북아기독교작가회의 제공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 작가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1964)에 나사로의 부활(요 11:32∼44)과 인간의 타락(창 3:1∼24)이 나온다? 동북아기독교작가회의 한국 측 실행위원회 이향아 회장은 다음달 6∼9일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에서 열리는 제15회 동북아기독교작가회의 회의에서 ‘문학은 성경을 어떻게 표현하였는가?’를 주제로 이 내용을 포함해 논의한다고 28일 밝혔다.

미우라 아야코 기념문학관의 모리시타 다쓰에 특별연구원은 기조 강연에서 “빙점은 창세기의 인간 타락과, 복음서의 예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이 계속 대비 된다”며 “나사로의 부활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것이 핵심”이라고 발표할 예정이다.

빙점의 여주인공 요코는 어린 시절 숨진 작가의 여동생 이름이다. 모리시타 연구원은 “미우라 아야코는 성구 ‘예수께서 눈물을 흘리시더라(요 11:35)’를 가장 사랑했다. 예수님이 나사로의 죽음 소식을 듣고 슬퍼한 모습이다. 작가는 여동생을 그리워하며 어둠을 향해 ‘요코야, 나와’라고 한 적도 있다. 여주인공의 이름을 요코로 한 것은 예수님이 나사로를 다시 살리신 것처럼 작가가 여동생에게 생명의 소망을 투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빙점에는 원죄 의식이 깔려 있다. 남편 게이조는 딸을 잃는다. 아내 나쓰에는 외도 중이었다. 게이조는 아내에게 복수하기 위해 딸의 생명을 앗아간 범인의 딸 요코를 입양한다. 모리사타 연구원은 “불륜이라는 죄에서 비극이 시작된다. 부부는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정죄한다. 요코는 죄책감에 자살한다. 이런 점은 창세기에서 아담과 이브가 저지른 원죄를 떠오르게 한다”고 말한다. 요코의 자살은 원죄를 의식하고 자기의(自己義)를 깨는 선상에 있다고 해석한다.

이북웅과 오쿠니시 마유미 시인은 박두진의 ‘청산도’ 등 3편에 대해, 남금희 경북대 교수와 세리카와 데쓰요 니쇼가쿠샤대 명예교수는 한국계 미국 작가 김은국의 ‘순교자’(1964)에 대해 발제한다. 김은국은 순교자로 한국계 최초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순교자는 한국전쟁 중 북한군에게 포로로 끌려간 14명의 목사 중 12명이 숨지고 2명이 살아남은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남 교수는 “전쟁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참혹함 앞에서 신을 믿지 않으면서도 자기를 희생해 민중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신 목사의 진실을 그려낸다”며 “작가는 기독교 복음보다는 선을 실천하는 휴머니즘 입장에서 기독교를 이해한다”고 발표한다. 데쓰요 교수는 “주인공 신 목사는 ‘자기 십자가’를 질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천국이나 순교의 환상을 줘야한다는 오만한 태도를 갖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발제문을 포함, 발표자 9명의 원고는 ‘창조문예’ 8월호에 특집으로 게재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40명 안팎의 기독교 작가들이 참가한다. 아사히카와에는 빙점을 쓴 미우라 아야코 기념문학관이 있다. 참가자들은 세미나 기간 중 상호 토론을 하고, 해당 지역 문화 체험을 한다.

1987년 결성된 동북아기독교작가회의는 격년으로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교대로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일본의 극작가 고 다카도 카나메와 한국의 고 김원식 시인의 10여년 동안 교류 속에 발족,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어져 왔다. 양국의 시인 소설가 아동문학가 수필가 문학평론가 등은 격년 회의에서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양국의 대표적 문학작품에 대해 발제하고 토의한다.

1999년부터 ‘아시아기독교문학상’ 제도를 신설, 올해는 모리타 스스무 시인에게 수여한다. 한국측 실행위원회 권택명 총무는 “현재 한·일 작가만 참가하지만 대만 중국 등의 많은 문인이 참여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명칭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도쿄 스이도바시에서 열린 제1회 회의는 일본의 유명 작가 엔도 슈사쿠의 ‘침묵’을 주제로 열었고, 엔도 슈사쿠 본인이 참석해 주목 받았다(cafe.daum.net/enaChristianWriter/KHY).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