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非강남 소형·재건축 매수 문의 뚝… 숨고르는 주택시장

입력 2015-07-28 02:42

회사원 양모(42)씨는 지난해 1억원의 빚을 내 서울 노원구에 아파트를 구매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각종 대출 지원방안을 내놨던 7·24대책 직후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전세난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차라리 집을 사는 게 현명하겠다는 판단이었다. 대출 이자가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자고 일어나면 뛰는 집값이 위안이 됐다. 하지만 양씨는 지난 주말을 내내 걱정 속에서 보내야 했다. 지난 22일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로 대출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계부채 속도조절에 나서면서 기존에 빚을 내서 집을 샀던 ‘하우스푸어’들이 곤경에 처한 분위기다. 특히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전세난과 초저금리에 떠밀리듯 집을 산 30, 40대 실수요층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원리금 동시 상환을 유도하는 내용의 대출규제로 아파트 거래가 감소하면서 향후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깔려 있다. 실제 부동산 시장 현장에선 매수 문의가 줄고 있어 올해 상반기까지 승승장구하던 주택시장이 하반기 들어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출규제 대책 발표 이후 첫 주말인 24∼26일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실수요 중심의 예비 매수자들은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는 태세다.

일단 대출금 상환에 민감한 비강남권의 소형 아파트 시장에 파장이 큰 상황이다. 강북구 K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27일 “가계부채 대책 발표 이후 확실히 매수 문의가 많이 줄었다”며 “그나마 문의하는 분들도 매물이나 시세보다는 향후 집값 변화에 대해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중랑구의 M공인 대표는 “내년부터는 원리금을 같이 상환해야 한다니까 집을 구매하려던 분들이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며 “상승세를 타던 구매 심리가 타격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 단지들도 반응하고 있다. 강남구 L공인 관계자는 “최근 재건축 아파트 호가가 급등하면서 가뜩이나 매수자들이 주춤하던 와중에 대출규제 방침까지 나오자 문의가 뚝 끊겼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재건축 아파트는 대출을 받아 미리 사두려는 투자수요도 많다”며 “대출규제 강화로 지속적인 거래량 감소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게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휴가철도 주택시장 활황세에 제동을 걸고 있다. 영등포구의 S공인 관계자는 “대출규제 강화에 휴가시즌까지 겹쳐서 주택시장의 소강상태가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며 “우선 8월이 지난 뒤에 분위기를 제대로 따져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는 9월로 예고된 미국의 금리 인상도 중요 변수다. 국내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주택시장이 심리적으로 더욱 위축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