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세대만큼 유럽 현대사에 영향을 끼친 정치세력은 없다. 1968년 프랑스 5월혁명을 주도한 68세대는 기성세대의 가치관과 권위주의를 거부하며 체제에 도전했다. 기존의 사회질서에 정면으로 맞선 이들의 사회변혁운동은 유럽을 넘어 미국과 멕시코, 일본 등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으나 사가(史家)들은 미완에 그친 5월혁명을 그 이전의 세계와 그 이후의 세계를 구분하는 잣대로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도 ‘○○세대’로 불리며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정치세력들이 여럿 존재했다. 효시 격인 ‘4·19세대’와 64년 한·일회담 반대 시위를 이끈 ‘6·3세대’, 74년 박정희정권의 공작으로 180명이 구속된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의 ‘민청학련세대’는 정치 세력화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유신시대와 전두환정권의 정치적 암흑기를 거쳐 본격적인 양김시대가 도래하면서 새로운 세대들이 정치권에 영입되기 시작했다. 386세대(30대 나이, 80년대 학번, 60년대에 태어났다고 해서 붙은 명칭)다. 세월이 흐르면서 ‘486’ ‘586’으로 바뀌다 이제는 86세대로 통칭되는 이들은 대통령직선제를 이끌어낸 87년 민주항쟁의 주역으로 민주화를 이룩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들은 유럽의 68세대처럼 기득권 타파와 사회변혁을 꿈꾸며 정치권에 투신했다. 그러나 그 꿈을 펼치기도 전에 기득권이 돼 변혁의 주체가 아닌 대상이 됐다는 비판을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임미애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은 “새로운 활력과 대안을 제시해줄 것이라 믿었던 86세대는 아직도 87년의 지나간 잔칫상 앞에 서성이고 있는 듯하다”며 이동학 위원의 86세대 책임론에 가세했다. 당장 위로 올라갈 가망은 없는데 밑에선 거세게 치고 올라오니 86세대는 영락없는 샌드위치 신세다. 초심을 잊고 진영논리에 갇혀 패권놀음에만 치중한 86세대의 자업자득이다. 변해야 산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한마당-이흥우] 샌드위치 ‘86세대’
입력 2015-07-28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