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전남 무안 청계서부교회] 십자가 탑에 낙뢰… 지붕 뚫린 예배당엔 빗물

입력 2015-07-28 00:15
지난 9일 낙뢰로 큰 피해를 입었던 십자가 탑과 현관 지붕 앞에 선 전인선 목사. 현재 외부 수리는 거의 마친 상태다. 작은 사진은 낙뢰 직후 기울어진 십자가 탑과 파손된 외부 스피커. 청계서부교회 제공
장맛비가 세차게 내린 지난 9일 오전 4시. 새벽예배를 인도하기 위해 막 잠에서 깬 전남 무안군 청계면 청계서부교회 전인선(67) 목사 귀에 ‘콰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집안의 가전제품 전원이 모두 꺼졌다. ‘혹시 어느 집이 낙뢰를 맞아서 우리도 간접피해를 입었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매일 새벽예배를 위해 가장 먼저 교회에 나오는 성도였다. “목사님, 큰일 났습니다. 교회가 순식간에 엉망이 됐어요.”

사택 바로 옆 교회로 달려간 전 목사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지붕과 현관이었다. 십자가가 낙뢰를 맞는 바람에 현관 쪽 지붕에 군데군데 구멍이 뚫렸고 십자가 탑 아랫부분과 외부 스피커가 파손돼 있었다. 교회 본당 사정은 더 좋지 않았다. 앰프 스피커 등 교회 내 전자기기와 3곳의 전기 스위치, 누전차단기가 전소됐다. 사택 역시 가전제품과 현관 실외 등이 파손되고 누전차단기가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당시 성도 한 명이 교회에 있었지만 낙뢰가 화재로 이어지지 않아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전 목사가 피해 규모를 따져 보니 교회 본당과 사택을 모두 합쳐 보수비용으로 750만원 정도가 나왔다. 60∼80대 어르신 성도 20여명이 전부인 교회 형편상 쉽게 마련하기 힘든 금액이었다. 전 목사는 사고 당일 소속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 본부에 연락해 교회의 어려운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호소했다.

그는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낙뢰로 이웃들에게 며칠간 통신장애를 줬다”면서 “교회가 낡고 피뢰침도 제대로 정비하지 못해 피해를 입힌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성도들도 의기소침해 있다.

“십자가 탑의 피뢰침만 제 역할을 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교회 파손도 가슴 아프지만 무엇보다 이웃에게 덕을 세워야 할 교회가 피해를 줬다는 게 가장 힘듭니다.”

그는 가장 먼저 십자가 탑 피뢰침 시설부터 정비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만큼 전기설비 등 전문가가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성도들과 함께 직접 수리했다.

문제는 방수설비다. 낙뢰로 지붕이 뚫려 빗물이 실내로 줄줄 새는데 이를 제대로 막을 방법을 아는 이가 교회엔 아무도 없었다.

“방수도 전문가에게 맡기면 되겠지요.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저와 교인들이 나설 수밖에요. 얼핏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지붕 내부에 보이지 않게 파손된 곳이 많아 쉽지 않네요.”

전 목사와 교인들의 노력으로 교회는 사고 전보다 외관 상 여러 모로 나아졌다. 교회 본당도 다시 예배처소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방수시설이 미흡해 마음을 놓긴 어렵다.

“이 일로 교회가 이웃에게 피해를 줘 안 믿는 사람들 보기가 얼마나 부끄럽고 힘들었는지 몰라요. 교회가 어려움을 당하니 성도들도 힘들어하고요. 내가 부족해 하나님께서 단련하는 것이겠지요. 이제 그분의 역사를 기다리며 힘들고 어렵지만 최선을 다해 복구하려고 합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