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사나이’ 김병지 700경기 전설을 쓰다

입력 2015-07-27 03:16
전남 드래곤즈 이종호(오른쪽 두 번째)가 26일 광양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자마자 700경기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한 골키퍼 김병지를 동료들과 함께 들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용접공이었다. 오전에 일을 하고 오후가 되면 골키퍼 장갑을 꼈다. 부산 알로이시오고를 졸업한 후 대학 진학에 실패한 김병지(45·전남 드래곤즈·사진)는 LG산전(현 LS산전)에 들어갔다. 반쪽 선수 생활을 했지만 축구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상무에 입단한 그는 혹독한 개인 훈련을 했고, 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지성이면 감천이었다. 차범근 당시 울산 감독의 눈에 띈 그는 추가지명으로 프로에 입문했다. 그가 울산 소속으로 골키퍼 장갑을 끼고 처음 프로무대에 오른 것이 1992년 9월 2일이다. 이후 그는 한결같이 골문을 지켰고, 마침내 K리그 통산 최초 700경기 출전이라는 또 하나의 대기록 ‘K리그 스토리’를 만들었다.

K리그 최고령 선수인 김병지(45)는 26일 광양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23라운드 홈경기에 선발로 나서 미증유의 기록을 달성했다.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프로무대에서 끊임없이 자신과 싸움을 벌이며 23년여 만에 만들었기에 더욱 빛나는 기록이다. 이날 전남이 3대 1로 이겨 김병지의 기쁨은 더했다. 김병지는 등번호 700번 유니폼을 입은 채 선수들의 축하를 받으며 경기장에 들어섰다. 광양 전용경기장을 찾은 5000여 명의 관중은 김병지가 공을 잡을 때마다 환호를 보내며 응원했다.

김병지는 울산(1992∼2000), 포항(2001∼2005), 서울(2006∼2008), 경남(2009∼2012), 전남(2013∼현재)을 거치며 한결같은 기량을 유지하면서 ‘기록의 사나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지난해 11월 22일 상주 상무와의 경기에서 만 44세 7개월 14일의 나이로 출전, 신의손이 보유했던 역대 최고령 출전 기록을 갈아 치웠다. 지난 17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K리그 올스타전에서 풀타임으로 활약하며 최다인 16회 출전 기록도 작성했다. 지난 22일 열린 울산현대 미포조선과의 FA컵 8강에 출전해 팀의 4강을 이끌며 FA컵 개인 통산 최다 출전(38경기) 기록도 세웠다.

김병지가 애착을 가지고 있는 기록은 무교체 출장 기록이다. 그는 2004년 4월 3일부터 2007년 10월 14일까지 153경기 동안 교체 없이 골문을 지켰다. 철저한 자기관리가 있었기에 가능한 기록이다. 그는 프로 데뷔 이후 줄곧 몸무게를 78㎏으로 유지하고 있다. 술과 담배는 입에 대지 않는다.

김병지는 지금까지 K리그 우승 1회(1996), K리그 준우승 3회(1998·2004·2008), FA컵 준우승 3회(1998·2001·2002), 리그컵 우승 3회(1995·1998·2006), 리그컵 준우승 2회(1993·2007)를 경험했다.

김병지는 말한다. “어려운 상황을 이긴 나의 모습이 대한민국의 40대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봉동 이장’ 최강희(56) 전북 현대 감독은 K리그 단일팀 최다승 기록을 세웠다. 전북은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 2대 1로 이겼다. 이번 승리로 최 감독은 전북에서 통산 154승(80무82패)을 올렸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