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가까이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놓고 대립했던 여야가 이번엔 부대의견에 딸린 ‘법인세 정비’를 두고 격돌하고 있다. 야당은 상위 대기업을 타깃으로 노무현정부 수준으로 법인세를 환원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은 “법인세 인상은 투자 위축, 고용 감소의 부작용만 낳을 뿐”이라며 꿈쩍도 안 하고 있다.
◇野 “법인세 정상화, 상위 재벌 대상”=법인세에 대한 입장은 세수결손의 원인을 어디에서 찾느냐로 갈린다. 추경안 심의 과정에서 진통을 겪은 것도 만성적인 세수결손에 대한 대책 없이 근거 없는 세입보전용 추경만 반복된다는 야당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수입은 당초 세수 전망치보다 10조9000억원 덜 걷혔다. 2012년부터 내리 3년째 세수결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그 이유를 이명박정부의 법인세 인하에서 찾고 있다. 2008년 법인세 최고세율이 25%에서 22%로 조정됐는데 이를 원상회복시켜야 한다는 논리다.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26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모든 법인의 법인세 인상을 요청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며 “아주 잘나가는 상위 재벌 대기업에 대해 법인세를 정상화하자는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는 “투자 여력조차 없다면 우리 논리가 잘못된 것이겠지만 지금 재벌은 곳간에 자금을 쌓아두고 있다. 이걸 손봐야 된다”고 했다.
현재 법인세 명목세율은 과세표준 2억원 이하 10%, 2억∼200억원 이하 20%, 200억 초과 22% 등 세 단계로 구분돼 있다. 여기에 5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25% 세율을 매기자는 게 새정치연합의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모든 기업이 아닌 상위 대기업으로 범위가 한정돼 조세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다. 최근 5년간 소득세는 늘어난 반면 법인세는 감소 추세였다는 점도 야당이 법인세 인상의 근거로 내세우는 부분이다.
◇與 “법인세 원상회복은 망국적 포퓰리즘”=새누리당에서 법인세 인상은 일종의 금기어다. 법인세를 올려 기업의 세 부담이 늘면 연구개발 투자가 줄고 경제활동이 위축돼 결과적으로 경기가 침체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법인세율을 2% 포인트 올리면 기업 투자가 0.96% 포인트 줄어든다는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기업이 세금을 줄이려고 해외법인으로 수익을 몰아주면 국내 고용도 감소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세수 확보 방안이 마땅치 않다면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감면을 재정비하는 게 우선이라는 확고한 원칙을 갖고 있다.
이장우 대변인은 여의도당사 브리핑에서 “1987년 이후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정부에서 모두 법인세를 인하했다”며 “야당은 법인세 원상회복 운운하는데 도대체 ‘원상’의 기준은 언제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실이 이런데 원상회복 운운하는 건 전형적인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한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야당이 이겨 법인세율을 올리면 되지 않느냐”면서 “그런데 야당이 이겨도 올리지 못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정부는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 축소로 올해는 법인세가 당초 계획대로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세수 추계의 근거로 삼은 6%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려워 낙관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추경 불씨’… 다시 불붙은 법인세 논쟁
입력 2015-07-27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