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투자 ‘실패’ 한국은행의 눈물

입력 2015-07-27 02:43

국제 금값이 하락하면서 2011년 이후 한국은행의 금 투자가 1조8000억원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10년간 금 매입 현황’ 자료를 보면 2011∼2013년 한은이 사들인 금을 현재 시세로 산정할 경우 매입가 대비 평균 33% 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2011∼2013년 90t의 금을 매입했다. 총 매입가는 약 47억1000만 달러지만 현 시세(트로이온스당 1085.5달러)로 환산해보면 약 31억4000만 달러로 줄어든다. 평가손실액은 매입가 대비 15억7000만 달러(약 1조8000억원)에 달한다.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미국 금리인상 가시화로 국제 금값이 계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평가 손실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은이 금 매입에 적극 나선 것은 당시 김중수 한은 총재가 금 보유량 확충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나선 결과다. 2010년 8월 14.4t이었던 금 보유량은 현재 104.4t으로 늘었다. 금 매입은 보유자산 다변화 측면에서 이뤄졌다. 아직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3% 수준으로 주변국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낮으며 금 매입은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하기 때문에 단기적 손익 평가로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금값이 고공행진할 때 집중적으로 금을 산 것을 두고 한은이 판단을 잘못해 지나치게 비싸게 샀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상투를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006년 3월 트로이온스(31.1035g)당 534달러였던 금값은 2011년 9월 1900달러로 치솟았다. 하지만 2012년 10월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최근 미국이 연내 금리인상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국제 금값은 5주 연속 떨어졌다. 지난 24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선 금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1085.5달러까지 하락했다. 2011년 최고점과 대비하면 거의 반 토막이 났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