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맞붙은 두 ‘전설’… 조훈현 9단 웃었다

입력 2015-07-27 02:03
조훈현 9단(왼쪽)과 조치훈 9단이 26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한국 현대바둑 70주년 기념 대국을 벌이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이후 바둑 팬들을 위한 공개 설명회에서 두 거장은 승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 밝게 웃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한국 바둑의 전설’ 조훈현(62) 9단이 12년 만에 열린 반상 맞대결에서 조치훈(59) 9단을 눌렀다.

26일 오후 1시부터 한국기원 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펼쳐진 특별대국에서 백을 잡은 조훈현 9단은 흑을 잡은 조치훈 9단에게 154수 만에 시간승을 거뒀다.

초반부터 난타전에 돌입한 두 거장은 중앙 흑 대마 타개 과정에서 조치훈 9단이 계시원이 초읽기를 ‘열’을 부르는 순간 착수해 시간패하고 말았다. 이로써 두 거장은 총 14차례 맞붙어 조훈현 9단이 9승 5패(비공식 대국 포함)로 앞서 있다.

‘실리파’ 조치훈 9단이 이례적으로 양화점 포석을 들고 나와 초반부터 조훈현 9단의 하변 대마를 공격하며 반상의 주도권을 잡았다. 쫓기던 조훈현은 우변 손해를 감수하고 대마 탈출에 성공한 뒤 하변 흑 대마 역공에 나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하변 싸움이 일단락된 뒤 상변 접전에서는 조훈현이 우상변과 상변에 집을 확보한 반면 조치훈은 좌상변 대마를 잡아 다소나마 우세하게 국면을 이끌었다. 미세하게 앞선 조치훈이 중앙 흑 대마만 큰 문제없이 수습하면 결승점이 보이는 순간 마지막 초읽기에 몰려 계시원의 ‘열’ 소리와 함께 돌을 놓은 것.

일각에서는 ‘친선 대국’인 만큼 대국을 계속하자는 의견도 나왔으나 이번 대국의 심판을 맡은 김인 9단이 두 기사의 의견을 물은 결과 조치훈 9단이 순순히 패배를 인정했다.

두 기사는 대국이 끝난 뒤 30여분간 공개 해설을 하며 바둑 팬들과의 만남의 시간도 가졌다.

이번 대국은 한국기원이 한국 현대바둑 70주년을 기념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후원으로 마련한 특별 행사다. 제한시간 각자 1시간에 40초 초읽기가 3회 제공됐다.

남호철 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