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관할권 싸움… 어민 등 터진다

입력 2015-07-27 02:49
경계가 모호한 ‘바다 어업권’을 둘러싸고 지자체와 어민들간 갈등과 반목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상경계에 대한 법제화 목소리도 나오지만 이 역시 새로운 갈등을 초래할 소지가 있어 정부 부처도 늘 조심스런 모습이다. 당초 바다였으나 매립으로 땅이 드러나면서 새로운 ‘관할 구역’ 다툼이 벌어진 곳도 수두룩하다. 법원이 최종 선고로 사건을 정리해도 이에 불복해 헌법재판소까지 다툼이 이어지면서 사회적 비용만 커지고 있다.

최근 남해군과 전남 여수시가 ‘멸치 황금어장’을 놓고 벌이고 있는 해묵은 분쟁이 대표적이다. 경남 어민들은 지난 22일 300여척의 어선을 동원해 남해와 여수 사이 해역에서 해상시위를 벌였다.

이 해역에서 조업하다 여수시와 여수해경에 단속된 경남 어선 34척에 대해 대법원이 지난달 11일 ‘1973년 국가기본도 해상경계’를 기준삼아 유죄 판결을 확정하자 집단 반발에 나선 것이다. 경남 어민들은 이 황금어장을 잃게 되는 셈이어서 파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경남도는 ‘대책 실무협의회’를 꾸리는 한편 헌법재판소에 해상경계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할 계획이다.

이 처럼 지자체 간 관할권 분쟁으로 1992년 이후 헌재에 접수된 사건은 17건이다.

2005년 제주도와 전라남도 완도가 무인도인 ‘사수도’를 놓고 30년 가량 이어진 관할권 분쟁도 눈길을 끌었다. 사수도 인근 어장 때문에 벌어진 다툼에서 헌재는 3년간 심리를 진행한 끝에 제주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기준으로 볼때 제주도만이 이 섬을 임야 대장과 토지 등기부에 등록한 반면 완주군은 1979년에 ‘장수도’라는 이름으로 신규등록했기 때문에 관할권이 제주도에 있다고 설명했다.

충남 홍성군과 태안군도 천수만 중앙에 위치한 죽도 인근 해역 관할권을 놓고 5년째 헌재의 심리를 받고 있다. 어민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헌재는 주심 재판관이 현장검증까지 하고 두차례 공개변론도 했지만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과거 바다였다가 육지로 변한 곳을 둘러싼 분쟁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경남 고성군과 사천군은 삼천포 화력발전소 부지 관할권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1984년 공유수면을 매립해 만든 이 땅은 고성군이 1985년부터 관리해 왔지만 사천시는 “해상경계선으로 보면 일부는 우리 관할”이라며 헌재에 사건을 접수했다.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은 산업단지와 국제도시 등이 들어설 ‘노른자위’ 새만금 3·4호 방조제의 행정 구역 귀속지를 두고 치열한 싸움을 벌였으나 결국 대법원은 2013년 11월 군산시의 손을 들어줬다.

또 경기도 평택과 충남 당진도 평택·당진항 매립지 관할권을 놓고 15년째 다툼을 벌이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바다에도 선을 긋고 관할권을 부여해 분쟁의 소지를 근본적으로 없애자는 법제화 추진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며 “갈등 해역에 공동구역을 설정하는 등 정부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창원=이영재 기자, 전국종합 yj3119@kmib.co.kr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