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에서 ‘경제성장 담론’이 만개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가 연일 ‘소득주도 성장’을 외치는 가운데, 신임 최재천 정책위의장이 ‘성장 친화적 진보’를 취임 일성으로 터뜨렸다. 봇물 터지는 성장담론은 경제성장을 외면해서는 내년 총선은 물론 대선도 승리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권 정당의 면모를 정책적으로 갖추겠다는 행보이기도 하다.
최 정책위의장은 26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사회에 만연된 보수와 진보, 성장과 복지라는 이분법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저희도 성장의 담론을 갖고 있다. 제대로 된 젊은층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한국사회가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도 중요하지만 내수기반 경제도 중요하다. 재벌 중심 대기업의 경쟁력 역시 중요하지만 중소제조업과 소상공인의 경쟁력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포용적 성장이고 소득주도 성장이고 경제민주화 시즌2”라고 부연했다.
문 대표는 지난 2월 취임 이후 내내 ‘유능한 경제 정당’을 표방해 왔다. 당내에 ‘유능한 경제정당위원회’를 만들어 외부인사를 영입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자신의 ‘성장담론’으로 임금인상을 통해 소비와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소득주도 성장’을 제시해 왔다.
이처럼 새정치연합이 ‘성장’으로 눈을 돌린 것은 ‘복지와 분배’에만 몰입해선 집권이 불가능하다는 고민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무상급식’을 시작으로 각종 무상 시리즈를 내놨고, 2012년 대선에서도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성장보다는 분배에 방점을 찍어 서민·중산층을 대변하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두 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했고, 국가재정 문제와 경제상황 악화로 더 이상 복지만 외칠 수 없는 환경을 맞았다. 정부여당의 경제정책에 반대만 했지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의 ‘성장담론’은 지난 1월부터 싹이 트기 시작했다. 지난 1월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미국 민주당과 영국 노동당의 정책연구소가 공동으로 내놓은 ‘포용적 번영’ 보고서를 직접 언급하며 임금인상과 고용안정 등을 강조했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도 지난 3월 ‘포용적 성장으로 선진복지국가를’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소득주도 성장과 경제 생태계 전환, 일자리 복지 등을 제안했다.
대선주자들도 성장담론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문 대표의 ‘소득주도 성장’에 맞서 ‘공정성장론’을 주창했다. 공정한 경제제도가 만들어져야 혁신이 일어나고,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될 수 있다는 성장론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복지성장론’을 강조하며 복지로 삶의 질을 높이고, 생산력을 증대시켜 경제를 성장시키자고 했다.
당내에서는 경제담론이 ‘투쟁 정당’이 아니라 ‘수권 정당’으로 가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그러나 실천적 대안이 채워지지 않을 경우 ‘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문재인 이어 최재천 정책위의장까지… 새정치, 봇물터진 ‘성장 담론’
입력 2015-07-27 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