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 누구도 반주용 키보드를 안 가져 갔다고 시치미를 떼길래 건물 경비로 채용한 성도에게 역할을 못했으니 해고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제서야 이실직고를 하는데 내가 가장 믿었던 남전도회장 등 교인 5명이 공모해 키보드를 시장에 내다 팔고 돈을 나눠가진 것을 알게 되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이들에겐 아직 신앙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고 무언가 이득을 얻기 위해 교회를 나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교회 비품을 눈에 보이는 대로 가져가 버린 것이었다.
내 전도 방법이 잘못된 것인지 회의가 들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예배를 멈출 수도 없었고 인내를 하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 때부터 나는 교회 비품을 사면 무조건 빨간색 페인트로 십자가를 그려 넣었다. 교회용이라는 것을 표시한 것인데 그제서야 물건이 잘 사라지지 않았다.
주일예배는 내가 한국어로 설교하면 아내가 현지어로 통역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나보다 일찍 이곳에서 사역한 아내는 열심히 언어를 공부해 의사소통엔 지장이 없었다.
성도들이 예수를 믿고 크리스천이 되려면 세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쳤고 그나마 빠짐없이 교회 나오고 봉사하는 성도들을 대상으로 세례를 주려고 했다. 그랬더니 모두들 놀라며 손사레를 쳤다. 그들의 이야기는 한결 같았다.
“제가 교회는 나오지만 이곳 동네는 모두 모슬렘 신자들이 모여 삽니다. 세례를 받고 제가 정식 교인이 되었다고 소문이 나면 전 이 동네서 쫓겨나거나 맞아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세례를 받을 수 없고 개종할 수도 없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자기 목숨을 걸고 기독교로 개종할 수 없다는 말에 나도 수긍은 갔다. 그런데 자기가 특별히 개종을 해 줄테니 한국돈으로 1000만원에서 2000만원 정도의 고액을 줄 수 있느냐고 거래를 제시하는 것에는 정이 딱 떨어졌다. 이들은 나를 위해 교회에 나와 주고 있었고 위험하게 개종을 해주니 그 대가로 엄청난 금액을 요구한 것이다.
이때서야 나는 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을 수 있었다. 전도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교회만 나오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복음의 진리를 정확히 알고 깨닫게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때부터 나는 무조건 교회에 나오라고 하지 않았다.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며 예수를 소개하는 것으로 전도 방법을 바꾸었다.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차 마시는 것을 참 좋아한다. 틈만 나면 구멍가게 앞에 놓여 있는 나무의자에 앉아 삼삼오오 차를 마시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나는 이들 속으로 들어가 전도하는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 냈다. 먼저 나와 함께 일하는 현지 사역자가 차 마시는 이들 사이에 들어가 불쑥 나를 소개했다.
“여러분 한국에서 온 이 분은 지금 우리 어린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를 설립한 브라더씨로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돕고 계십니다. 오늘 여러분이 마시는 차 값도 모두 다 내 주신다니 마음껏 시켜 드시고 대신 몇 말씀만 들어주시겠습니까?”
차를 사니 이들은 외국인이 무슨 말을 하나 듣겠다고 했고 나는 이들에게 복음의 핵심을 짧은 시간에 설파했다.
“여러분 세계는 하나님이 창조하셨습니다. 그 피조물인 인간도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도록 만들어져 이 땅을 다스리도록 권한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타락으로 원죄가 생겼고 고통 가운데 살던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의 삽자가 사건으로 죄사함을 받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폐병을 앓다 죽기 전에 예수믿고 병고침을 받았다고 말하면 모두들 진지한 표정으로 내 말을 들어 주었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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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28 0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