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천’ 정치인서 유력 대권주자로… 김무성, 3년 만에 ‘금의환美’

입력 2015-07-27 02:33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 네번째)가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더블트리 호텔에서 열린 6·25전쟁 참전용사 및 유가족 초청 만찬행사에서 미국인 참전용사들에게 큰절을 한 뒤 일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의원들을 이끌고 25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덜레스 공항에 도착하자 교민들을 비롯한 환영 인파가 그를 맞이했다. ‘방미 환영 플래카드’에 꽃다발까지 받아든 김 대표는 환하게 웃었다. 3년 전과는 완전히 반전된 장면이었다. 텁수룩한 수염에 반바지 차림으로 미국에서 와신상담했던 그가 이번엔 집권여당 수장이자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금의환향’한 셈이다.

김 대표에게 미국은 ‘진짜’ 고향은 아니지만 고향만큼 감회가 깊은 곳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시절인 2012년 19대 총선에서 공천 탈락이라는 충격을 당한 뒤 “다 잊자”는 심정으로 이곳에 배낭여행을 왔다. 함께 낙천·낙선했던 전직 의원들과 ‘렌터카’를 타고 곳곳을 누비면서 아픈 속내를 달랬다. 친박(친박근혜)계 주도로 이뤄진 공천에서 ‘탈박’으로 찍혀 낙천됐던 상처 때문이었다.

그랬던 김 대표가 이번에는 본격적인 대권행보의 첫 시동지로 미국을 택했다. “국익에 보탬이 되도록 정당외교를 열심히 하겠다”고 했지만, 정치지형상 그의 ‘대망론’은 갈수록 힘을 받는 모양새다. 다른 여권 경쟁후보가 돌출하지 않고, 4·29재보선 승리와 국회법 개정안 논란으로 불거진 여권 내홍 수습으로 입지를 확고하게 다졌다는 분석이다.

이런 맥락에서 김 대표가 방미 중 뉴욕에서 또 다른 대망론의 주인공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만나는 일정은 성사되기도 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또 김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정·관계 인사들을 초청한 가운데 오픈프라이머리 정책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지난해 7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면서 오픈프라이머리 실시를 공약으로 내걸어 당 대표에 당선된 뒤 자신의 정치적 ‘트레이드마크’처럼 밀어붙이고 있다. 김 대표 측 인사는 “단순히 자신의 경험 때문만이 아니라 정치발전을 위한 필수 요소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김 대표가 주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방미 첫날 ‘한·미 혈맹’을 재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워싱턴DC의 더블트리 호텔에서 한국전 참전용사와 가족, 주미 재향군인회 회원들과 만찬을 했다. 수행 의원들을 모두 연단 위로 불러낸 뒤 “자리에 계신 참전군인 여러분과 6·25전쟁 때 돌아가신 미군, 실종돼 아직 돌아오지 못한 미군 분들을 기억하며 한국의 관습대로 사의를 표한다”며 큰절을 했다.

래리 키너드 한국전참전용사회장은 “너무 큰 감동을 받았다”며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라고 화답했다. 앞서 김 대표는 워싱턴DC에서 안호영 주미대사와 오찬을 함께하고 “미국은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26일에는 한국전 참전비를 참배한 뒤 알링턴국립묘지에 방문했으며, 한국인 부인을 둔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와 회동했다.

워싱턴=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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