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3대 1까지 허용된 선거구 인구편차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선거구 재획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여야가 지역구 의원 정수를 늘리기 위해 선거구 쪼개기라는 꼼수를 부리려 하기 때문이다. 여야는 헌재 결정의 취지에 맞게 선거구를 획정하면 지역구 의원 수가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까지 늘 수밖에 없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사사건건 다투다가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확대하는 데에는 철통같은 공동보조를 취하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다.
헌재가 제시한 2대 1의 상·하한 인구 비율을 적용할 경우 전체 246개 선거구 가운데 상한 인구 초과 35개, 하한 인구 미달 24개 총 59개 선거구가 영향을 받는다. 대규모 조정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선거구 획정에 있어 표의 등가성과 지역 대표성을 동시에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인구의 도시 집중화로 헌재 결정대로 선거구를 획정하면 도시 선거구는 늘어나는 반면 농어촌 선거구는 대폭 줄어 이들 지역의 대표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맹점이 있다. 농어촌 의원들이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누리당은 늘어나는 지역구 의원 수만큼 비례대표 의원을 줄여 현행 300명 정원을 유지하자는 입장인데 비해 새정치연합은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방점을 찍고 있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는 26일 현행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최대 369명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정의당 역시 의원 정수를 360명 선으로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원 정수 확대를 꼭 나쁘다고 할 순 없다. 날로 세분화되고 다양화되고 있는 사회 각계각층의 여론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지금 같은 고비용 저효율 정치 상황에선 의원 정수를 늘려봐야 비용은 더 들고 효율은 더 떨어지는 악순환만 되풀이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인구 17만명당 한 명꼴로 60만명당 한 명인 미국이나 26만명당 한 명인 일본(참의원 제외)에 비해 많다. 의원 정수가 늘더라도 세비 삭감 등 전체 입법부 예산을 현 수준에서 동결하는 등 국회가 먼저 생산성 높은 정치를 보여주지 않는 한 국민적 동의를 받는 건 불가능하다.
기득권 지키기가 국회 정개특위의 주된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정치의 뿌리 깊은 병폐인 지역감정 해소와 국민의 정치 참여를 높일 수 있는 제도 개혁에 보다 많은 관심과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이번 기회에 새누리당이 호남에 뿌리를 내리고, 새정치연합이 영남에 터를 잡을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사설] 혁신하랬더니 국회의원 정수 늘리자는 야당
입력 2015-07-27 0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