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피플] 캄보디아 헤브론선교병원 김우정 원장… 연 5만명 무료진료, 현지 의사 교육

입력 2015-07-27 00:14
캄보디아 헤브론선교병원 김우정 원장이 지난 9일 접견실에서 의료선교사로 지낸 11년을 회고하고 있다.
김 원장이 심장병 어린이를 수술하기 전 의료진과 환자 가족 등과 함께 고개를 숙이고 수술이 잘 되기를 기도하는 모습(푸른색 가운).
“오늘 양산부산대병원 의료진 8명이 들어왔어요. 어린이 심장병 환자 수술을 위해서죠. 어제는 오픈 하트라고 하는 고난도 수술로 어린이 환자 3명을 살렸습니다. 환자와 그 가족, 병원 스태프들이 매일 오전 7시30분에 감사예배를 드립니다.”

25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외곽 헤브론선교병원 김우정(62·의료선교사) 원장이 소식을 전해왔다.

이 곳에서 오픈 하트가 이뤄지기 전에는 100여명의 어린이 환자가 한국으로 이송돼 새생명을 찾았다. 그러나 1년 전부터는 양산부산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팀 등이 직접 프놈펜을 방문, 단기 사역 형태로 헌신하고 있다. 특히 분당서울대병원 최정연 교수는 헤브론선교병원 내 심장센터 설립을 적극 추진해 지금도 3, 4개월에 한 번씩 팀을 보내 수술을 하는 것은 물론 현지 의사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앞서 지난 9일 기자가 헤브론선교병원을 방문했을 때 김 원장은 아이들과 함께 기도를 하고 있었다. 몇 개월씩 수술대기를 해온 어린이들이었다. 김 원장은 수술 전 아이들 가정을 심방, 정서적 안정도 꾀한다.

“한국의 크리스천 의료진을 포함한 봉사자들이 아니면 이뤄내기 힘든 일입니다. 이곳 심장센터 구축 전에 아이들을 한국으로 데려 가면 낯선 환경에 환자와 그 가족이 힘들어했죠. 추위를 겪어 본 일이 없는 사람들이라 감기에도 잘 걸렸고요. 그런데 이곳에 센터가 생긴 후 의료진이 직접 방문, 수술하니 회복률이 훨씬 높아졌어요.”

헤브론선교병원은 2007년 무료병원으로 시작됐다. 1700만명 인구의 캄보디아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0.2명(한국은 2.0명), 공공병원은 90여 곳에 불과하다. 그 마저도 병원 시설 및 설비가 낙후 돼 양질의 의료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1970년대 폴 포트 독재를 겪으면서 많은 의사와 의료진이 희생된 것도 낙후 원인이다. 때문에 이들은 개인 약국이나 주술에 의지하는 것이 고작이다.

“2000년 전후해 단기 의료선교를 많이 다녔습니다. 도립병원이라 하더라도 지저분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청진기도 없는 시골병원도 허다했지요. 아이들이 아프면 그냥 운명에 맞기더군요.”

김 원장은 당시 서울 회현동 충무교회 장로로 소아과 병원 개업의였다.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평생 아이들과 함께 해온 인생이었다.

“이상하게 캄보디아 의료선교만 다녀오면 아이들의 눈망울을 잊을 수 없었어요. 생각하고 뭐하고 하면 움직이지 못할 것 같아 어느 날 병원 문과 집 아파트 문을 잠갔습니다. ‘일단 가자’였어요.”

그는 2004년 프놈펜 시내 한 클리닉 의사로 지내며 현지 의료선교의 틀을 짰다. 그리고 2007년 캄보디아선교사회 등의 도움으로 초교파연합 의료선교에 나섰다. 프놈펜공항서 1㎞ 떨어진 곳의 습지 땅을 메운 작은 병원이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무료병원’ 입소문은 금방 퍼졌다. 전국에서 모인 환자들이 줄을 이었다. 햇빛 피할 곳도 없는 습지에 사람들은 쪼그려 앉아 마냥 순서를 기다렸다. 진료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지칠줄 모르는 김 원장은 그들을 위해 예배를 드렸고 기도했으며, 병원 증축을 위해 발로 뛰었다.

헤브론선교병원은 연간 5만 여명의 환자가 건강을 찾는 의료시설로 성장했다. 8년이 지나는 동안 병상 70개, 3개의 수술실을 갖췄다. 한국 및 캄보디아인 의사가 각 9명이고 한국인 선교사 및 봉사자가 35명이다. 캄보디아 직원도 80여명이다.

“현재 간호대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의대 설립을 위해 기도하고 있고요. 130년 전 의료선교사들로부터 복음과 생명을 얻은 우리입니다. 돌려 줘야죠. 15년 안에 모든 것을 현지인에게 맞기고 가방하나 들고 훌훌 떠날 겁니다. 의료인과 봉사자들의 헌신이 이어져 더욱 좋은 병원으로 발전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후원 사단법인 위드헤브론 070-8624-3390)

글·사진=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