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부인 구보타 시게코 여사 별세

입력 2015-07-27 02:06
1974년 미국 뉴욕의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한 백남준(왼쪽)과 구보타 시게코. 동거하며 연인으로 지내던 두 사람은 3년 뒤 결혼했다. 출판사 이순 제공
구보타 시게코 여사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의 부인 구보타 시게코씨가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지난 23일 저녁(현지시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8세.

경기도 용인에 있는 백남준아트센터 측은 26일 “뉴욕에서 백남준 선생과 작품 활동을 함께했던 작가 등으로부터 구보타씨가 암 투병을 하다 현지 병원에서 사망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일본 도쿄교육대에서 조각을 전공한 구보타씨는 1963년 백남준이 도쿄에서 퍼포먼스를 벌일 당시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으로 거처를 옮긴 두 사람은 연인으로 지내다 만난 지 14년이 지난 1977년 결혼했다. 이후 전위적 예술운동인 ‘플럭서스’ 멤버로 예술적 동반자의 삶을 살았다.

고인은 세계적 미술잡지 ‘아트 인 아메리카’ 표지에 작품이 실릴 정도로 남편 못지않게 실력을 인정받은 비디오 아티스트였다. ‘현대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르셀 뒤샹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裸婦)’가 대표작이다.

그는 1996년 백남준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자신의 예술 활동을 포기하고 남편을 돌봤다. 2006년 사별할 때까지 그와 함께했다. 고인은 3년 전 백남준의 80회 생일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백남준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요청에 “오늘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21세기 예술의 문을 열어준 사람”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10년 넘게 연인으로 지냈지만 결혼만은 거부했던 백남준이 돌연 청혼한 이야기 등을 담은 회고록 ‘나의 사랑, 백남준’을 2010년 발간했다. 슬하에 자녀는 없으며, 뉴욕 현지 지인들이 장례절차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