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경북은 왜 상생협력 해야 할까? 대구와 경북을 하나로 묶어 흔히 'TK'라고 지칭한다. 엄연하게 행정구역이 분리돼 있음에도 외부에서는 여전히 대구와 경북을 한 묶음으로 인식하고 있다. 대구시민과 경북도민들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역사적인 밑바탕이 같고 사회·경제·문화적으로도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1896년 13도제(道制) 실시로 경상북도가 개도한 이래 1981년 대구가 직할시로 승격하기까지 85년 동안 한 식구였다. 역사를 고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대구·경북은 한 뿌리라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행정구역이 나뉘어도 여전히 서로 같거나 서로 보완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
무엇보다 대구·경북은 단일 경제권이다. 경북에서 벌어서 대구에서 소비하고, 대구에서 벌어서 경북에서 소비한다.
몇 년 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행 구미지점에서 발행한 현금의 70%가 대구에서 회수된다고 한다. 매년 대구에 들어오는 구미의 현금이 수조원에 달한다. 이렇듯 경북 없는 대구는 상상조차 안 된다.
경북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산지역의 대학과 기업체는 대구 사람들이 없으면 굴러가지 않는다. 경북 동해안도 대구사람들이 제일 많이 찾는다. 주말이면 포항·영덕의 횟집이며 해수욕장, 경주 보문단지에 대구사람들이 북적된다. 대구 때문에 경북이 활력을 잃지 않는 것이다.
대구와 경북이 따로따로일 때는 불완전하지만 하나일 때는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지역 간의 경쟁, 세계 여러 도시와의 경쟁을 위해서도 양 지역의 상생협력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국내·외적으로도 이미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지역 간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광역협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웃 일본의 ‘간사이 광역경제권’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오랜 침체에 빠져 있던 간사이 지역이 행정구역을 뛰어 넘는 광역경제권을 형성하면서 빠른 속도로 부활하고 있다. 오사카와 교토, 고베, 나라 등 2부 7현으로 이뤄진 간사이지역이 ‘간사이는 하나다’는 기치 아래 탄탄하게 결집해 수도인 도쿄로부터 탈피하는 한편, 광역화가 급속하게 진행 중인 글로벌 경제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전 국토의 12%에 지나지 않는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 이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광역화가 절실하다. 그래서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다양한 광역적 협력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부산과 울산, 경남이 참여하고 있는 부·울·경 협력은 상당히 위력적이다. 수도권 다음으로 많은 인구와 강한 경제력을 지니고 있다. 자동차, 정유, 조선 등의 산업 집적력은 매우 강하다.
호남권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광주, 전남, 전북의 시도지사가 손잡고 ‘호남권정책협의회’를 6년 만에 부활시켰다. 관광에서부터 산업에 이르기까지 12가지에 이르는 협력과제들을 이들 3개 시·도가 공동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대구·경북도 전국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상행협력의 길을 걸어왔다. 다른 지역이 부러워할 정도의 많은 성과도 있었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지정,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설립, 대구경북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대구·경북 세계 물 포럼 개최 등 나열하기가 벅찰 정도다.
그러나 이에 만족할 수도 만족해서도 안 된다. 이러한 치열한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대구·경북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생협력의 새로운 틀을 짜야한다. 그리고 협력의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켜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역할분담이 중요하다. 자원의 특성을 감안해 주력산업을 특성화하고 이들 간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래야만 쓸데없는 곳에 힘을 소진하지 않고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공동브랜드 전략이다. 국제무대에서 대구·경북을 알릴 때 개별적으로 내세우기보다는 통합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해외관광객 유치에서부터 해외기업의 투자유치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전략의 구사가 매우 중요하다.
이미 경험적으로 이를 입증해 내기도 했다. 지난 4월에 성공적으로 치러낸 ‘대구·경북 세계 물 포럼’이 바로 그것이다. 대구·경북의 상생협력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다.
대구경북 상생협력의 성공을 위해서는 경제통합 추진 경험을 계승·발전시키되 정책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구경북연구원(원장 김준한) 류형철·나중규 박사는 ‘대경 CEO Briefing’ 제418호에 게재한 ‘대구경북 상생협력,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꺼져가던 대구경북 상생협력의 불씨가 민선6기 출범과 함께 되살아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지난해 6월 1일, 대구경북 시·도지사 후보의 ‘한 뿌리 상생선언’ 이후부터 대구경북한뿌리상생위원회 창립총회 등 그동안의 상생협력 여정들을 설명하고 “이는 대구경북상생협력의 재점화를 알리는 불씨”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2006년 대구경북경제통합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진된 경제통합 추진성과와 한계를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경제통합추진위원회는 49개의 공동협력 과제를 선정해 26개의 사업을 완료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대구경북 상생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상생협력을 추진할 재원이 부족하고, 대구경북 간 갈등을 조정할 기구가 없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설명했다.
류 박사 등은 대구경북 상생협력을 위한 3대 기본원칙으로 공조(Cooperation), 융합(Convergence), 창조(Creation)를 제시하고 비전과 5대 추진전략을 제안했다. 이들은 ‘손잡고 세계로, 힘 모아 미래로!’를 슬로건으로, ‘하나 되는 대구경북, 변화하는 지역사회’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대구·경북 손잡고 미래로] 우리는 한 뿌리… 상생협력으로 열매 거둔다
입력 2015-07-31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