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문흥호] 시진핑이 옌볜으로 간 까닭은

입력 2015-07-27 00:30

지난 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린(吉林)성을 시찰하면서 옌볜 조선족자치주를 방문했다. 중국의 입장에서 옌지(延吉)를 중심으로 한 옌볜 조선족자치주는 역사, 경제, 안보적으로 변방의 소수민족 거주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 때문인지 중국의 주요 언론들도 시 주석의 옌지 방문을 비중 있게 다루었다. 분주한 그가 오지 옌볜에 간 까닭은 무엇인가.

첫째, 국가 최고지도자의 정례적인 성(省) 단위 지방순시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방을 시찰하면서 그곳의 혁명 유적지, 소수민족 거주지 등을 방문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일종의 민생 행보 과정일 뿐이다. 시 주석은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지린성 대표단을 접견하면서 옌지 방문을 약속했다. 그래서 이번 시 주석의 옌지 방문을 전하는 중국 언론들은 하나같이 ‘약속한 대로’에 방점을 두었다.

둘째, 랴오닝 지린 헤이룽장 등 동북 3성의 경제 발전을 의미하는 소위 ‘동북진흥’을 가속화하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중앙정부의 야심찬 계획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동북지역 경제는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 최하위권인 5%대 성장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주춤해진 국가 차원의 경제성장 동력을 총동원해야 하는 상황에서 낙후된 동북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특히 ‘창춘-지린-투먼’(長吉圖)으로 이어지는 경제성장 벨트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과거 한반도와 운명을 함께해 온 조선족 사회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남북한과 주변국에 모종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시 주석은 옌지 방문 첫 일정으로 옌볜 자치주 박물관을 참관했다. 공항에서 박물관으로 직행한 것이 단순히 일정과 동선에 대한 고려만은 아닌 것 같다.

그가 전하고자 한 것은 우선 경제적으로 여전히 소극적인 북한을 유인해 중·북·러 3각 협력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한국을 참여시켜 이 지역의 ‘공영 네트워크(co-prosperity network)’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동북진흥의 성공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안보적 차원에서 한반도의 급격한 현상 타파를 원치 않으며 만에 하나 남북한의 세력균형이 무너질 경우 자국 변방의 안정과 국가 차원의 핵심 이익을 고수할 것임을 암시하고자 했다. 이는 중국의 조선족 사회가 더 이상 한반도의 운명에 휘둘려선 안 된다는 전략적 인식이다.

결국 시 주석의 옌지 방문 의미를 과도하게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우연한 지방 시찰로만 보기도 어렵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시 주석의 중·북 접경지역 시찰과 그가 전하는 메시지를 한·중, 북·중, 남북관계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침 국내의 각계 주요 인사들이 줄지어 중·북 국경지역을 탐방하면서 북한의 참상과 민족 분단의 암담한 현실을 목격하고 앞 다투어 정책 제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긍정적 변화지만 이에 더하여 우리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 있다.

이제는 제발 강 건너 남의 땅에서 메아리 없는 통일 타령을 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남북 관계가 군사적 긴장과 불통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기발한 정책이 없어서도 아니고 통일 염원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증오와 불신으로 굳어진 마음의 벽은 그 어떤 장애물보다 강하고 거칠다. 서로의 마음을 얻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시 주석이 귀경길에서 했음직한 생각을 상상해본다.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꽤 괜찮은 구상이었는데 요즘은 왠지 좀 그래. 잘 되어야 할 텐데….”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