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음악의 출현에 열광한 기억이 없다. 2000년대 이후 시대의 포문을 연 신인 뮤지션이 부재했다. 자신의 음악적 화두를 제시하고 확고한 영역을 못 박은 뮤지션의 탄생을 볼 수 없었다. 90년대 뮤지션의 계보가 끊긴 지도 10여년이 지났다. 우리 음악 시장은 유능한 신인가수 발굴을 스스로 포기하는 우를 범했다.
음악 기획자들에게 뮤지션 발굴의 중요성을 잊게 한 ‘주역’은 방송사다. 음악 장르의 편향성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망각하고 시청률만 의식한 방송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균형 있게 노출하지 않았다. 가요 프로그램은 아이돌 중심의 트렌드 음악과 비주얼에 함몰된 무대만 튼튼하게 지원했다. 이런 방송 환경은 일부 가요 기획자들에게 자괴감을 갖게 했다. 한편으로는 아이돌 중심의 그룹 결성을 부추기게 했다. 가요 프로그램은 뮤지션의 선택과 집중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하면서 음악적 역량을 갖춘 뮤지션 발굴과 탄생은 요원한 일이 되었다. 음악 사이트와 음악 수용자도 마찬가지였다. 인터넷을 통해 불법으로 음악을 듣거나 단돈 몇 천원으로 모든 음악을 섭렵하는 정서도 새로운 뮤지션 발굴을 저해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음악 중심의 음반을 만드는 데에도 치명적이었다.
지난 수년간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처럼 번졌다. 방송사들은 비슷한 포맷과 획일화된 방식으로 식상함을 안겨주었다. 거대 미디어의 도움 없이 튼튼한 팬덤을 쌓아가는 새로운 뮤지션들에 대한 관심이 없다. 가요 프로그램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공헌하는 얼굴 알려진 가수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얼마나 경박스러운 일인가.
그나마 한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가요제가 혁오밴드와 자이언티를 참여시켜 그들의 음악이 집중 조명되고 있다. 상대적 약자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보컬과 대중의 기호를 획득하고 있는 뮤지션을 적극적으로 노출해 팬덤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미래를 잃고 걸어가고 있는 우리 음악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기대한다.
강태규(대중문화평론가·강동대 교수)
[문화공방] (13) 무한도전 가요제
입력 2015-07-27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