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완이 엄마는 이 땅 어딘가에 있을 살인범을 향해 “태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완(사망 당시 6세)군은 1999년 5월 대구 효목동 골목에서 누군가에게 황산테러를 당했다. 49일 만에 세상을 떠났고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지난해 공소시효(당시 15년)가 만료돼 범인을 처벌할 수 없게 되자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일명 ‘태완이법’이 발의됐다. 이 법이 마침내 국회에서 통과된 24일 태완이 엄마 박정숙(51)씨는 울먹였다. 소급이 안돼 태완이 살인범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박씨는 “태완이가 죽어가며 남긴 진실을 결국 밝히지 못했다. 공소시효가 만료됐지만 범인이 자백을 했으면 좋겠다. ‘태완아, 잘못했다’ 이 한마디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소시효를 두는 것은 오랜 시간이 경과하면 증거가 훼손되고 기억력 감퇴로 증언의 신빙성도 떨어져 수사와 재판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전자 감식 등 수사기법이 발달하면서 공소시효를 없애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고, 반인륜적 살인죄에 먼저 적용됐다.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에 맞춰 경찰은 강력범죄 수사체계에 대해 대대적인 정비에 나섰다. 경찰은 16개 지방경찰청에 배치된 미제(未濟)사건 전담수사팀의 인력을 현재 50명에서 하반기에 72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살인 미제사건이 많은 지방청은 광역수사대가 해당 사건을 맡고, 담당 형사가 수사본부 해체 후에도 계속 수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미제사건 기록과 증거물의 보존·관리 시스템도 강화하기로 했다.
태완이법은 아직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은 범죄에만 해당된다. 15년이던 살인죄 공소시효는 2007년 법 개정을 25년으로 늘어난 터였다. 지금부터 15년 전인 2000년 이후 발생한 살인사건이 이 법의 적용을 받아 공소시효가 폐지된다.
2003년 포천 여중생 납치살인사건, 2004년 화성 여대생 살인사건, 2005년 양구 전당포 노부부 살인사건, 2006년 서울 노들길 살인사건, 2007년 춘천 서천리 식당주인 피살사건, 2009년 제주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 등이 범인을 끝까지 잡을 수 있게 됐다.
포천 여중생 살인 사건은 2003년 11월 실종된 후 3개월 만인 2004년 2월 포천시 소흘읍 배수로에서 알몸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된 엄모(당시 15세)양 사건을 말한다. 당시 엄양 시신은 얼굴에서 가슴까지 훼손이 심했고, 평소 사용하지 않던 붉은 매니큐어가 손톱과 발톱에 모두에 칠해져 있었다.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으나 단서를 찾지 못했다.
2004년 10월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와우리공단 정류장에서 내린 뒤 행방불명된 여대생 노모(21)씨는 실종 46일 만에 정류장에서 5㎞ 떨어진 야산에서 발견됐다. 시신이 반백골 상태였고 목격자도 없어 사실상 수사가 중단됐다.
최근 공소시효가 만료된 살인 사건은 2010년 2건, 2011년 5건, 2012년 2건, 2013년 2건, 2014년 5건 등 연평균 3.2건이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살인범 끝까지 추적, 처벌한다…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태완이법’ 국회 본회의 통과
입력 2015-07-25 0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