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에서 변호사가 불기소·불구속 처분이나 유리한 판결을 받게 해줬다는 이유로 의뢰인에게서 ‘성공보수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대법원은 24일 석방이나 무죄 판결의 대가로 성공보수금을 주고받는 변호사와 의뢰인의 약정에 대해 무효라고 선언했다. 수사나 재판의 결과를 금전적 대가와 결부시키면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착수금+성공보수금’ 체제로 정착돼 있는 변호사 보수체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판·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의 거액 성공보수금이 문제가 돼온 터여서 이번 판결을 대법원의 전관예우 타파 신호탄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성공보수금은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는 관행이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대법원의 선언과 같은 논리로 이를 금지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허모씨가 조모 변호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 상고심에서 “형사사건에 관해 체결되는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은 선량한 풍속 및 사회질서에 어긋나 무효”라고 밝혔다. 대법관 13명의 만장일치 결정이다. 허씨는 부친의 변호사로 선임된 조씨가 성공보수금으로 받아간 1억원을 돌려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었다.
대법원은 4000만원을 돌려주라는 원심 판단을 그대로 확정하면서 성공보수금을 인정해 왔던 기존 판례를 뒤집었다. ‘성공’이라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변호사가 수사·재판 담당자에게 직간접 영향을 행사하려는 유혹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성공보수금에는 판사나 검사에 대한 청탁 비용이 포함돼 있을 것이란 인식이 국민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도 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전관예우와 연고주의를 타파하려는 대법원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판결”이라고 평했다. 대한변협 등 변호사 단체는 “황당한 판결을 조속히 폐기하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변호사 앞으로 성공보수 못 받는다
입력 2015-07-25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