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는 국민일보목회자포럼(대표회장 정성진 목사) 창립기념 행사의 하나로 한국교회의 현안을 논의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국내 교회 지도자 릴레이 대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4일에는 한국교회연합(한교연) 양병희 대표회장을 초청해 정성진 대표회장과 대담을 가졌습니다. 이영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사회는 연세대 교목으로 활동했던 김영복 갈릴리교회 목사가 맡았습니다.
-국민일보목회자포럼이 지난 5월 28일 출범했다. 설립취지와 활동계획을 설명해 달라.
△정 대표회장=국민일보가 한국교회의 공기(公器)가 되도록 지원하기 위해 목회자포럼을 출범했다. 포럼은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 개혁을 위해 목소리를 낼 것이다. 특히 젊은 중견 목회자들을 발굴하고 이끌어주고자 한다. 목회자포럼은 한국교회를 지원하고 성원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국민일보가 한국을 깨우는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함께 했으면 한다.
-한국교회 ‘연합’ 문제를 푸는 게 중요한데.
△양 대표회장=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은 교회연합운동조차 세속화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의 분열로 인한 피해와 부담은 부메랑처럼 고스란히 한국교회에 돌아오고 있다. 최근 사회 현안들을 보면 한국교회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한다. 지도자들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복음에 있어 비본질적은 것들은 다 내려놓아야 한다. 한기총과 한교연이 하나 되는 데는 이단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 문제만 해결되면 교계 보수권의 통합은 한순간에 이뤄질 것이다.
△정 대표회장=한국교회의 공교회성이 약해져 건강한 목회를 하고 있는 교회들이 개교회주의에 갇혀 버린 것이 안타깝다. 주님의 몸된 교회라는 인식으로 한국교회의 하나 됨에 앞장서자. 교회가 연합되지 않아 사회 선교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교회는 세계선교사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짧은 기간에 성장을 이뤘다. 그 과정에서 교회론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다. 건강한 교회론에 대해 설명해 달라.
△정 대표회장=마태복음 5장 13절 말씀처럼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교회가 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등불을 교회 안에서만 켜왔다. 과거 기독교가 성장했던 시기에 가졌던 영적 야성을 잃어버렸다. 세상을 향해 나아가지 않으면 교회가 설 수 없다. 성장시대 후 한국교회가 어느새 수비형 목회로 바뀌었고 목회자 역시 관리형으로 바뀌었다. 우리의 무대는 세상이다.
△양 대표회장=한국교회가 성장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다. 성장의 은혜를 교회의 참된 역할에 사용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복음의 능력은 교회의 크기가 아니라 성도들의 삶의 현장에서 나타나야 한다. 교회 체질부터 바뀌어야 한다. 모으고 채우는 교회에서 나눔의 교회로 변화해야 한다.
-다음세대에 믿음을 전수하기 위해 한국교회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정 대표회장=교회학교 환경이 너무 낙후돼 있다. 교회학교에 더 많이 투자해서 아이들이 제일 재밌어 하는 곳이 돼야 한다. 다음세대와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전문가도 양성해 교육부서에 배치해야 한다.
△양 대표회장=우리 교회는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 다음세대가 성경을 통해 구원에 대해 확신토록 한다. 얼마 전 교육부서에서 2박 3일 수련회를 했는데 설교와 기도, 토론, 간증 등 본질적인 내용으로 했더니 청년부에서부터 놀라운 역사가 일어났다. 다음세대에게 복음과 구원, 믿음이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알려야 한다. 자녀를 향한 부모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잘 믿는 부모들이 주일에 자녀를 학원으로 보내곤 한다. 부모를 설득해 믿음 있는 다음세대를 양성하게 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외국인 노동자, 유학생, 다문화 가정 등을 향해 어떤 선교전략을 짜야 할까.
△정 대표회장=우리나라에 있는 외국인이 170만명이 넘는다. 충북도민보다 많은 숫자로 전체 인구의 3.4%를 차지한다. 다문화사역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역지를 찾지 못한 목회자들을 훈련시켜 다문화사역에 뛰어들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가난한 자를 돌볼 사명을 주셨다.
△양 대표회장=한교연에서는 최근 다문화 130가정의 외국인 부모들을 초청해 사랑을 전했다. 한국에서 복음을 받아들이며 사는 자녀를 본 부모들은 고국에 돌아가서 예수님을 믿겠다고 말했다. 세계선교를 하는 것도 좋지만 한국에 있는 다문화가정을 품고 복음화하면 영향력이 클 것이다. 임지를 구하지 못한 신학생들에게 외국어를 하나씩 배우도록 집중 교육시키면 충분히 사역할 수 있다. 탈북자들도 잘 품어야 한다. 이단들이 탈북자들에게 많은 돈을 주면서 그들의 영혼을 사고 있다. 이단에게 한 영혼도 빼앗기지 않도록 돌봐야 한다. 이 땅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문화 교육 등도 해야 한다.
-광복·분단 70년을 맞이해 한국교회가 통일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양 대표회장=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은 기도가 준비됐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하나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영성 있는 기도다.
△정 대표회장=독일은 통일 전후에 정권이 바뀌었어도 동독을 위한 프로그램을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 얘기만 나오면 갈라진다. 통일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필요하다. 또 북한과 경제교류를 하면서 남북한 경제력 차이를 줄이고 그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특히 교회는 사랑으로 조건 없이 북한을 도와야 한다. 이 땅에 있는 2만8000명의 새터민도 끌어안아야 한다. 교회마다 통일기금 모으기 운동도 전개해야 한다. 통일이 도적같이 오는 경우에 대비해 교회마다 통일기금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양 대표회장=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통일 후 교단마다 북한에 교회를 세우겠다고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한국의 기독교 선교 초기 외국 선교사들이 교단별로 각 지역에 들어가는 것을 조율했듯이 우리도 정리가 필요하다. 통일이 되려면 먼저 사람의 교류가 있어야 한다. 남북교류를 활발히 해 사람들이 먼저 가까워져야 한다. 교회에서 통일헌금 운동도 해야 한다.
-동성애 문제에 대해 한국교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정 대표회장=동성애자들은 지금 동성애가 소수자 인권문제라고 주장한다. 우리도 뱀처럼 지혜롭게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탈동성애자와 외국인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권 등을 강력하게 얘기하며 맞불 작전을 펴야 한다. 한국교회 내 진보적인 이들도 동참케 해야 한다.
△양 대표회장=동성애자들은 동성애에 문화라는 탈을 씌워 홍보하고 있는데 이것이 먹혀들고 있다. 중·고교 교과서나 학생인권조례 등에도 이들의 논리가 반영돼 있다. 동성애를 소수자 인권문제인 것처럼 이슈화해 법적 권리를 보장받겠다고 여론화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막지 못하면 한국교회에 큰 재앙이 될 것이다. 하지만 기독교가 전면에 나서는 것보다 뒤에서 실질적 역할을 하고 시민단체 등을 통해 국민운동으로 발전시키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싶다.
-한국교회와 사회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달라.
△양 대표회장=위기라고 하지만 한국교회에는 희망이 있다. 국민일보목회자포럼에서 개척교회 목회자, 의식 있는 분들의 소리도 들어보는 게 필요하지 않나 싶다. 개척교회의 아픔이 무엇인지, 한국교회를 향한 그들의 바람은 무엇인지 들어보는 것도 필요하다.
△정 대표회장=위기라고 해도 한국교회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교회의 모습을 갖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기도를 회복하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동력이 있을 때 회복하면 민족복음화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교회가 다시 한 번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국교회가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연합하자.
정리=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국민일보목회자포럼 창립기념 교회 지도자 초청 릴레이 대담 ②] 양병희 한교연 대표회장
입력 2015-07-27 0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