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변방연극제의 실험, ‘무모한도전’ 되나

입력 2015-07-27 02:46 수정 2015-07-27 11:23

올해 17회를 맞은 서울변방연극제(7월 21일∼8월 2일)가 ‘무모한 실험’을 하고 있다. 정부 기금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축제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공연예술축제가 예술적 자율성을 확보하고 독립적인 제작 방식을 도입할 수 있는지 묻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의 공연예술축제는 대부분 국고나 문화예술진흥기금, 지방자치단체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처럼 경제적 의존도가 높다보니 기관이 축제를 이끌어온 예술감독을 갑자기 교체하거나, 축제의 방향을 바꾸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변방연극제가 실험을 도울 원군으로 선택한 것은 소셜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크라우드 펀딩’. 모금 목표액은 평소 문예기금으로 받았던 4900만원으로 잡았다. 작품 제작비와 축제 운영비 일부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변방연극제가 20∼30대 젊은 아티스트들의 실험적인 축제여서 제작비 자체가 적은 편이지만, 예년에도 이 돈으로 축제를 온전히 치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변방연극제는 공공 지원 외에 따로 모금을 하거나 임인자(사진) 예술감독이 축제로 생기는 빚을 상당부분 떠안아 왔다.

변방연극제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에서 지난 6월 24일부터 모금에 들어갔다. 하지만 7월 27일 마감을 앞둔 상황에서 모금액은 26일 현재 4900만원의 46%인 2280만원에 머물고 있다. 누군가가 나머지 금액을 기부하지 않으면 모금은 실패하게 된다. 크라우드 펀딩은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하면 그동안 모은 돈을 기부자들에게 다시 돌려줘야 한다.

임인자 예술감독은 “이 실험을 끝까지 수행할 수 있을지 많이 걱정했다. 함께 하는 아티스트들과 스태프들에게 또 다른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했다”면서 “하지만 이번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공공 지원 없는 한국 예술의 독립성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만드는 데 기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도 이런 실험을 계속할지 여부는 결정된 것이 없다. 다만 이런 방식으로는 오래 지속할 수는 없는 만큼 축제 운영진과 대안을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한편 올해 변방연극제의 주제는 ‘십오원오십전’이다. 일본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 자경단은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뜬소문을 앞세워 수천여명을 학살했다. 당시 조선인을 색출하는 방법이 십오원오십전의 일본어 발음 ‘주고엔고주센’을 제대로 하는 지였다. 변방연극제는 우리사회를 잠식하고 있는 혐오와 배제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문제를 짚어보는 작품들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