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2 메르스 막아라” 병상 칸막이… 별도 호흡기 응급실… 삼성서울發 응급의료체계 개편 확산

입력 2015-07-25 02:49
삼성서울병원발(發) ‘응급실 개편’ 바람이 다른 대형병원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감염병에 취약점을 드러낸 응급실 구조와 진료 체계를 혁신해 제2, 제3의 메르스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의료계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메르스 2차 유행지였던 삼성서울병원은 응급실 모든 병상 사이에 일일이 칸막이를 설치, 치료 공간을 ‘1인실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국민일보 22일자 11면 보도).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기존 응급실 외에 ‘호흡기 ER(응급실)’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산병원 감염관리실장 최상호 교수는 “지금도 결핵 폐렴 등 호흡기 환자는 (음압장비가 갖춰진) 7개 응급중환자실에서 격리진료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다른 응급환자들과 동선이 섞이지 않는 별도의 응급실에서 호흡기 환자들만 진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호흡기 ER에는 전담 의료진을 배치하고 이동형 영상촬영장비와 화장실 등을 따로 갖출 예정이다. 아산병원은 지난 5월 26일 응급실을 찾았던 6번 환자(71·사망)와 접촉한 20대 보안요원 1명(92번)이 메르스에 감염됐었다.

메르스 환자 10명이 발생한 대전 건양대병원은 연말까지 주차장 부지 등을 활용해 응급실을 현재(512㎡)의 2배 수준으로 확장키로 했다. 현재 1∼1.5m인 병상 간격을 대폭 넓히고 응급실 전 구역을 내과·외과·중환자·소아과계 등으로 섹터화할 계획이다. 또 응급실 출입구를 2개 만들어 호흡기·발열환자는 별도의 통로로 출입하게 할 방침이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아예 ‘감염병·호흡기질환 진료실’을 외부의 독립된 건물로 이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독립된 진료건물은 음압실 2개와 검체 채취실, 영상진단실을 갖추게 된다. 병원 관계자는 “급성 감염병 환자와 일반 환자를 분리해 안전하게 치료하기 위한 조치”라며 “현재 별도 건물에 있는 내분비당뇨센터를 활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한림대 강동성심병원은 지난 13일 병원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감염병 환자 동선 분리 및 격리 진료 공간 확보를 위해 증축 허가를 특별히 요청하기도 했다.

메르스 격리자는 이제 1명 남아 있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마지막 남은 이 격리자도 27일 0시를 기해 해제된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다음주 초 국무총리 주재 메르스 대응 범정부대책회의를 열고 ‘큰 우려가 없으니 이제 일상생활로 돌아가도 된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맞춰 메르스 경보를 현재의 ‘심각 수준의 주의 단계’에서 통상적인 ‘주의 단계’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메르스로 인한 의료요양기관 경영난 해소를 위해 건강보험급여비 2조3000억원을 앞당겨 지급했다고 밝혔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