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호랑이 김호령, KIA 외야 ‘호령’

입력 2015-07-25 02:10

“저 선수 누구야?”

올 시즌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경기에 가면 팬들 사이에서 유독 많이 나오는 질문이다. 하위권을 달리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KIA에 힘을 준 것은 이름조차 생소한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다.

23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도 젊은 선수들의 활약은 놀라웠다. 중견수 김호령(23)은 2회 2루타를 때린 뒤 상대 수비 실책을 틈타 홈으로 질주, 점수를 만들었다. 힘을 갖춘 포수 백용환(26) 역시 3회 투런포를 쏘아 올렸고 유격수 박찬호(20)는 명품 수비로 마운드에 힘을 실어줬다.

그 중에서도 김호령은 주무기인 ‘빠른 발’로 팀 승리에 일조하는 것은 물론 기이한 장면까지 연출하며 야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전날 2루타에 이어 실책으로 1점을 만든 것도 놀라웠지만, 지난 7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는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장면이 나왔다. 김민우의 뜬공을 넥센 2루수 서건창이 잡자 3루에 있던 김호령은 홈 베이스를 파고들었다. 서건창은 양손을 허리춤에 얹은 채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중계를 맡은 해설자도 그의 과감한 주루 플레이를 두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자를 보고 어색한 듯, 수줍게 웃는 김호령에게 주루 플레이 방법부터 물었다. 그는 “무조건 달리는 게 아니라 상황을 보고 달린다”면서 “2루수 희생플레이의 경우 당시 서건창 선수가 외야로 나간 데다 몸의 무게 중심축이 뒤로 밀려있는 것을 보고 홈까지 공을 던지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호령은 지난 4월 22일 1군에 이름을 올린 ‘신참’이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0라운드, 전체 102번째로 KIA에 입단한 뒤 줄곧 2군에 있었다. 언론은 물론 구단 관계자들조차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김호령은 “지금도 경기에 나서는 게 꿈만 같다”며 “생각보다 너무 빨리 기회가 찾아왔다.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1군에 설 기회를 준 김기태 감독이 꼽은 김호령의 장점은 역시 빠른 발이다. 체력이 좋은데다 달리기를 잘해 주루 플레이는 물론 수비 범위도 넓다. 여기에 성실함까지 갖췄다. 김호령은 전남 함평 구단 숙소에서 늦은 시간까지 혼자 훈련을 한다. 김호령은 “(훈련을 세게 하다보니) 아무리 먹어도 살이 빠진다”고 엄살을 부렸다.

경기력도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다만 흠이라면 타격이다. 64경기에 나와 타율이 0.236이다. 김호령은 “타격을 할 때는 타이밍을 잡는 게 중요한데 시즌 초반 변화구에 몸이 따라갔다”며 “그런데 요즘은 손이 가더라. 앞으로 나아진 모습을 기대해 달라”고 당차게 주문했다. 프로 데뷔 1년차 김호령의 꿈은 단 하나, 기회가 주어지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올 시즌 목표요? 일단 타석에 서면 볼넷이건 안타건 출루하는 거예요. 빠른 발도 일단 출루해야 보여줄 수 있잖아요.”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