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구조적인 저성장 문턱에 들어섰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한국 제조업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수출경쟁력도 약해지는 등 경기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추가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충격 여파로 급속히 얼어붙었던 소비자심리도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제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수출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판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병’은 1959년 네덜란드에서 천연가스가 발견돼 통화가치가 상승(환율하락)하면서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 현상을 말한다. 한국의 경우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무역 흑자는 늘겠지만 달러화 유입으로 원화가치가 상승해 수출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설명이다. 최근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수출에 도움이 될 거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유럽과 일본의 양적완화로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데다 제조업 경기부진이 심상치 않은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3.4%로 지난해 말(76.6%)보다 3% 포인트 이상 떨어졌고, 출하 대비 재고 비율은 127.3%로 지난해 말(116.4%)보다 10% 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팔리지 않고 쌓이는 제품이 많다는 의미다.
메르스 충격으로 주저앉은 소비심리도 회복세가 미약하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으로 집계돼 전달(99)보다 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2012년 12월(98)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어서 소비심리가 메르스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면초가’에 놓인 경제상황 때문에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란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실물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자금 투입만으로는 제조업 생산성과 수출 부문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엔저에 따른 수출경쟁력 저하가 심화될 경우 한국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이투자증권 서향미 연구원은 “2분기 성장률이 0.3%로 저조해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2.8%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과거 한은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는 당초 전망경로에서 벗어날 경우 금리인하로 대응했던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2015 전경련 최고경영자(CEO) 하계포럼’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2005년부터 10년간 블룸버그의 글로벌 시가총액 500대 기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500대 기업에 포함된 한국 기업 수는 2005년 8개에서 올해(7월 22일 기준) 2개(삼성전자, 한국전력)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500대 기업 시가총액에서 우리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 역시 0.5%에 불과했다.
백상진 기자, 평창=노용택 기자
sharky@kmib.co.kr
“한국 제조업 수익 악화, 네덜란드병 가능성”… 골드만삭스의 경고
입력 2015-07-25 0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