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범기업 三菱 왜 한국에만 사과 안 하나

입력 2015-07-25 00:30
일본 대기업 미쓰비시 머티리얼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이 회사에서 강제 노역을 한 중국인 노동자들에게 사과하고 보상금도 제공키로 중국 측과 합의했다. 미쓰비시 측은 지난 20일에도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방문, 강제 노역에 동원된 미군 전쟁포로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또 영국과 네덜란드, 호주의 전쟁포로들에게도 사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쓰비시는 전쟁 기간 중 전함과 전투기 등 군수산업으로 급팽창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적 기업이다. 이른바 전범기업인 미쓰비시가 미국과 중국에 잇따라 사과하고 보상금 지급을 합의한 것은 과거사 부정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고, 다음 달로 예정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종전 70주년 담화에 앞서 관련국들과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일련의 사과에는 일본 정부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많다.

미쓰비시는 한국인 강제 동원 피해자를 쏙 빼놓고 다른 국가 피해자들에게만 사과한 것에 대해 “법적 상황이 다르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피해자와 미쓰비시 간에 손해배상 소송 중이라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일본 측 논리는 다른 국가들의 노동자·포로와는 법적 지위가 다르고,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에 대한 배상 책임은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한국인 징용은 강제노동이 아니라는 일본 측 해석은 해괴망측하다. 그렇다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군함도에서 강제 노역에 동원된 한국인들은 무엇인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행위다. 보상 문제에 대해서는 한·일 간 견해차가 있어 당장 어렵다 하더라도 사과마저 인색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우리 외교부도 어정쩡한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 국민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