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형사사건 성공보수 무효 판결 만시지탄

입력 2015-07-25 00:40
형사사건과 관련해 체결하는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성공보수는 변호사 업계의 대표적 폐단으로 미국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오래전부터 금지돼 있다. 변호사 보수는 변호사와 의뢰인의 자유로운 합의로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관행으로 굳어진 성공보수의 경우 수사나 재판의 결과를 금전적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컸다. ‘성공’이란 불기소나 구속영장 기각, 무죄 같은 것을 의미한다. 이를 받아내는 대가로 거액의 돈이 오가는 것은 우리 사회의 통상적 도덕관념에 어긋난다. 건전한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에 속한다는 대법원 판단은 당연히 옳다.

성공보수는 또 변호사나 의뢰인 모두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려는 유혹에 빠지도록 한다. ‘성공’에 유리한 판·검사 출신 변호사에게 사건이 몰리도록 해 전관예우 풍조를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그 과정에서 수임료 액수가 터무니없이 커지기 때문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나온다. 법률지식이 부족한 대다수 의뢰인이 구속과 같은 당장의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다한 성공보수를 약정하는 부작용도 만만찮다. 사법 불신의 주범이라 해서 틀린 말이 아니다.

이번 판결로 착수금과 성공보수로 구분됐던 변호사 수임료가 통합되면서 액수가 다소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서민들의 변호사 선임 기회가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그 대신 변호사가 수사나 재판 과정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겠다. 성공보수를 높이려는 유인 요소가 사라지면서 변호 활동보다 사건 수임 자체에 치중할 것이란 얘기다. 변호사 시장에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면 이번 판결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변호사들의 자정적 거듭남이 요구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