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수요일 1박2일의 짧은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원래 일정이 비 예보 때문에 흐트러지면서 급히 바꿨다. 그래서 찾은 곳이 경북 청송의 주왕산국립공원이었다. 주왕산은 20여년 전부터 몇 번 갔던 곳이다. 굳이 등정(登頂)의 욕심을 내지 않고 유순한 산길을 따라 올라가도 폭포의 비경과 계곡물의 청량감을 즐길 수 있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입구인 대전사에서 용추폭포, 절구폭포, 용연폭포로 이어지는 5㎞는 산길이라기보다는 탐방로처럼 편안했다. 잘 다져진 흙길은 맨발로 걸어도 좋을 듯했다. 가파르지 않은 데다 가까이서 폭포를 볼 수 있는 시설까지 곳곳에 있었다. 전국이 가뭄인데 마침 직전에 비가 내려 폭포와 계곡에도 물이 제법 많았다.
주왕산은 주변에 갈 만한 곳도 많다. 톡 쏘는 탄산으로 유명한 달기 약수터와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인 주산지가 10㎞ 이내 있다. 승용차로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이면 울진 불영계곡, 영덕의 바다와 온천, 안동 하회마을, 도산서원 등을 들를 수 있다.
휴가철인 데다 비교적 여건이 잘 갖춰진 곳이라는 점, 더욱이 정부와 기업들이 국내 휴가를 적극 장려한다는 사실 등을 고려할 때 가기 전엔 꽤 붐빌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첫날 저녁식사 후 7시30분쯤 산책을 할 때 본 주변 가게의 문은 대부분 닫혀 있었다. 청송경찰서 이동파출소에서 주왕산 입구까지 1㎞ 남짓 대략 40여곳의 식당 가운데 불을 켜놓은 곳은 7곳, 손님이 있는 곳은 2곳뿐이었다. 이튿날 산행 때도 마찬가지였다. 몇 시간 동안 만난 사람은 수십명에 불과했다. 휴가 성수기의 유명 관광지라기엔 믿기지 않았다. 주왕산 숲속도서관 관리인은 “사실 이곳은 가을단풍 때 한철 벌어 겨우 1년 먹고산다”고 말했다. 주왕산 입구에서 만난 한 펜션 주인은 “상당수 상인들이 평균 200만원 정도의 월세를 내느라 힘들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동수 청송군수는 “서울에서도 많이 찾을 수 있도록 안동, 영덕과 관광벨트를 형성해 주왕산 알리기에 애쓰고 있다 ”고 말했다.
내수를 살리자며 국내 휴가를 권장하고 있음에도 현장은 여전히 힘들어하는 모습이어서 안타까웠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한마당-정진영] 청송 주왕산
입력 2015-07-25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