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여성CEO 열전-(2부) ⑤ ‘곤지암밸리’ 설립자 김정숙 관장] “지친 현대인들 치유합니다”

입력 2015-07-27 00:26
김정숙 관장은 세 개의 통장을 갖고 있다. 지역을 위한 나눔통장과 선교통장, 시설 운영을 위한 관리통장이다. 그는 “곤지암밸리 최고 경영자는 하나님이시고 나는 심부름꾼”이라며 “하나님이 원하시는 선한 일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강민석 선임기자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태화산 자락에 자리한 ‘곤지암밸리’에 들어서면 심호흡부터 하게 된다. 자연의 향기를 마음껏 들이키면 어느새 몸은 편안해지고 영혼은 맑아진다. 절로 힐링이 된다.

최근 곤지암밸리 베료자 카페에서 설립자 김정숙(67·분당우리교회 권사) 관장을 만났다. 곤지암밸리 만의 ‘사계절 멋’을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봄에는 활짝 핀 꽃을, 여름에는 푸른 생명력을, 가을에는 알록달록 물든 대자연의 풍성함을, 겨울에는 눈 덮인 동화 속 한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지으신 창조세계의 기쁨을 누림으로써 우리의 영·혼·육이 다시 살아나길 기대합니다.”

의료기 사업을 하는 남편과 두 자녀를 내조하며 소위 ‘강남 사모님’으로 살아온 김 관장이 10년 전 연고도 없는 이곳 야산에 들어와 땅을 고르고 풀을 뽑으며 곤지암밸리를 조성한 이유는 무엇일까.

“30년 전 예수님을 만나고 제 마음속에 불이 하나 들어왔습니다. 그때부터 ‘뭔가를 해야 하는데’라는 거룩한 부담이 생긴 거죠. 인생 마지막에 하나님이 원하는 일, 좋은 일을 해보자고 다짐했습니다. 몸이 아픈 이들의 영·혼·육을 살리는 쉼터 건립을 꿈꿨습니다.”

남편 백대기(74) 장로의 재정적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 김 관장은 “남편은 은퇴 후 편안하게 여행 다니면서 살기를 원했는데, 내가 하나님 일을 하겠다고 하니 많이 만류했다”며 “20년 가까이 마음속 ‘불’ 이야기를 하며 남편을 설득했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백 장로는 포기했다.

땅을 구입하는 데만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교회 소그룹 모임에서 기도제목을 내놓고 함께 기도를 드리는데, 차마 땅 얘기를 할 수 없더라고요. 남들을 의식한 거죠. 분명 하나님께서 기도에 응답하신다는 것을 믿으면서도 제 안에 무슨 자만이 있었는지 말입니다. 그렇게 몇 주를 흘려보냈는데, 제 마음속에 이런 음성이 들렸습니다. ‘너는 가짜다.’ 하나님께서 자만심 가득한 제 믿음을 질타하신 겁니다. 바로 땅 구입에 대한 기도제목을 내놓고 정말 모임에서 뜨겁게 기도했습니다.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기도를 함께 드린 지 2주 만에 곤지암 땅을 구입했으니까요.”

곤지암밸리 4만2900여㎡(약 1만3000평) 부지는 기도의 응답이었다. 2005년 5월 땅을 구입하고 김 권사는 남편과 함께 서울 강남의 빌라를 내던지고 이곳 허름한 오막살이로 거처를 옮겼다. 전기장판을 깔고 생활하면서 땅밟기 기도를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는 그 땅에 꽃을 심고, 토마토 상추 고추 옥수수를 심어 농사를 지었다. 강아지도 12마리를 키웠다. 그렇게 강남 사모님은 농사꾼이 됐다.

“5년 동안 농사만 지었습니다. 땅 문제가 해결되니 건축허가를 받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설계 문제도 있었고요. 그때 깨달은 게 있습니다.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자. 그때가 되면 봇물 터지듯 열린다.’ 5년 만에 설계사와 건축가를 만났고 비로소 협력해 선을 이루게 됐습니다.”

2010년 개울 공사를 시작으로 본격 건축에 들어갔다. 2012년 4월 준공한 콘퍼런스룸은 당초 교회로 설계됐다. 첫 작품은 하나님께 드려야 한다는 마음에서다. 120명을 한번에 수용할 수 있는 대회의실 및 소그룹 회의실, 식당, 휴게실 등을 갖췄다. 콘퍼런스룸은 입구부터 독특하다. 건물 외곽에 5m 높이로 돌담을 쌓아 빙 둘렀다. 예루살렘 ‘통곡의 벽’을 연상시킨다.

김 관장은 “돌담을 쌓은 것은 세상의 것을 차단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음으로써 경건하게 예배를 준비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한 달 동안 하나님께 콘퍼런스룸을 드리겠다고 서원하고 5박6일씩 4주간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암 환자나 고혈압 당뇨 비만 등을 앓는 분들을 초청해 하루 세끼 과일식을 하면서 말씀을 나눴습니다. ‘깊은 산속까지 누가 올까’ 싶어 한 기수에 20∼30명을 예상했는데 무려 3000명이 참가 신청을 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지요. 그만큼 건강한 영·혼·육에 갈급함을 갖고 사는 이들이 많았다는 겁니다.”

김 관장은 인근 펜션을 모두 예약해 일주일마다 80∼100명을 초청했다. 3박은 풍성한 과일만 먹게 했다. 이후에는 현미밥에 김 관장이 정성껏 키운 유기농 야채로 식사를 제공했다. 하루 세 번 산책하고 묵상의 시간을 통해 말씀이 들어가니 영·혼·육에 생기가 넘쳤다.

김 관장은 “요즘 성인병이나 생활습관에서 오는 현대병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참 많다”며 “이는 모두 하나님의 법대로 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병”이라고 지적했다. 그럼 어떻게 살아야 건강할까.

김 관장은 7가지 실천 항목을 제시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음식 탐하지 않기’ ‘좋은 공기 마시기’ ‘햇볕 쬐기’ ‘절제하기’ ‘인내하기’ 그리고 ‘말씀 읽고 기도하기’이다.

“하나님은 경험이 없어도, 6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쓰시려고 하면 들어 사용하십니다. 중요한 건 꿈을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꿈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김 관장은 요즘 곤지암밸리 주최 마라톤대회, 무료 결혼식, 야외음악회 등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제2의 문화사역을 위해 다시 꿈을 숙성시키고 있다.

◇김정숙 관장 약력= △1948년 서울 출생 △94년 극동방송 ‘사랑의 뜰안’ 진행 △2010년 극동방송 ‘사랑의 뜰안-곤지암 전원일기’편 방송 △저서 ‘자연에서 만나는 하나님’ △현 곤지암밸리 관장 △분당우리교회 권사

광주=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