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가 토핑으로 올라간 피자, 고소애(갈색거저리 애벌레)를 갈아 넣은 죽, 꽃벵이(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로 속을 채운 소시지, 번데기장조림과 모듬곤충김밥…. 지난 14∼16일 경기도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곤충요리 경연대회에 등장한 곤충요리와 음식은 상상을 초월했다. 일반 시민들이 시식할 수 있게 제공된 곤충 가루로 만든 단백질 바나 곤충 가루 쿠키와 양갱 등은 영화 ‘설국열차’와 같은 시대가 그다지 먼 미래가 아닐 수 있음을 실감케 했다. 실제 세계식량기구(FAO)는 2050년이면 인구가 90억명에 달해 현재의 2배 정도 식량이 필요하다며 곤충을 미래 대체식량으로 제시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도 곤충을 활용한 식품, 사료, 의약품 등 개발 연구 경쟁이 치열해진 지 오래다.
곤충 요리가 뜬다
식재료로 곤충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영양 성분에 있다. 소고기나 돼지고기 등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의 단백질이 함유돼 있다. 쇠고기 100g 속에 들어 있는 단백질이 27.4g인데 곤충 애벌레 100g에는 28.2g 정도의 단백질이 들어 있는 식이다. 뿐만 아니라 필수 아미노산, 불포화지방산이나 인·철·비타민 등이 풍부하다. 귀뚜라미 같은 곤충은 칼슘 함량도 높다. 게다가 가축을 키우는 것에 비해 사료·물 등의 사용량이 월등히 적다. 탄소 배출량도 적어 온난화 시대에 걸맞은 친환경 식품이다. 23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곤충은 4㎏의 먹이를 섭취할 때 1㎏의 단백질을 생산하지만 가축은 54㎏당 1㎏를 생산한다. 게다가 곤충의 성장과 번식은 동물보다 빠르다. 귀뚜라미와 소의 번식률까지 감안할 때 실질 사료 효율은 귀뚜라미가 소의 20배에 달한다.
좁은 공간에서도 연중 사육이 가능하고 낮은 기술력으로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비단 사람의 먹을거리뿐 아니라 가축의 사료로서 곤충의 가능성도 높게 평가된다.
질병 치료 등 약재로서의 곤충은 오히려 더 익숙하다. 백강잠(누에 유충이 흰가루병에 죽은 것을 말린 한약재)은 오래전부터 한약재로 쓰여 왔고 누에를 건조시킨 분말은 지금도 당뇨병 치료에 활용된다.
곤충의 또 다른 가능성은 미개발됐다는 점이다. 향후 가치가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다. 전 세계적으로 서식하는 곤충의 종류만 130만종, 전체 생물군의 70% 이상 차지하고 다양성도 지상 최대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이 중 얼마나 많은 곤충이 ‘먹을 수 있을지’는 계속 연구 대상이다.
현재 국내에서 식품 재료로 쓸 수 있다고 인정된 곤충은 메뚜기, 누에번데기, 백강잠, 꽃벵이, 고소애, 장수풍뎅이 등 6종류다. 연내 한시적 식재료 인정을 받을 예정인 수입 식용 귀뚜라미를 포함해도 7종에 불과하다.
우리 정부도 이 점을 감안, 지난 2011년 1차 곤충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세운 데 이어 2차 5개년 계획을 준비 중에 있다.
美·유럽에도 등장한 곤충 식당
이 같은 노력은 비단 한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학은 2010년부터 정부로부터 100만 유로를 지원받아 수프로2(SUPRO2)란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인 ‘인간 소비를 위한 지속 가능한 곤충 단백질 생산’은 곤충을 그대로 먹기에 거북하다면 단백질 성분을 가공해 식품이나 가축 사료로 개발해 미래 식량자원으로 이용하자는 것이다.
스위스 연방 식품안전청은 귀뚜라미, 메뚜기, 밀웜(meal worms) 등 세 종류 곤충의 식용 판매를 내년부터 허용하기 위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스위스 뉴스 통신인 ATS에 따르면 스위스 식품안전청은 밀웜으로 만든 레몬케이크나 버거 종류, 귀뚜라미를 이용해 만든 한국의 동그랑땡과 비슷한 ‘리솔(rissoles)’, 메뚜기로 만든 초콜릿 비스킷 등의 판매를 고려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8곳), 네덜란드 하렘시(4곳), 영국 런던이나 싱가포르 비보시티 등의 선진국 도시에는 식용곤충 판매 전용 레스토랑도 운영되고 있다.
서울에도 지난해 처음 ‘빠삐용의 식탁’이라는 식용곤충 전문 음식점이 문을 열었다. 한국식용곤충연구소의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이 식당에서는 파스타, 빵 등에 고소애 가루가 들어가 있다.
더 이상 곤충이 태국이나 방콕,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에서만 먹는 음식이 아닌 시대가 온 셈이다.
‘혐오감’ 극복이 과제
그러나 곤충을 편하게 먹게 되기까지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아직은 먹을거리가 풍부한 시대에서 ‘먹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지 않는 음식은 선택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곤충요리 경연대회나 곤충식품 전시회 등을 여는 것도 자주 접함으로써 거부감을 해소시키겠다는 취지다. 메뚜기를 넣어 만든 오트밀 바나 초코쿠키, 곤충 가루를 이용한 식품 등의 시장성이 주목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식용곤충 소비 확대나 곤충식품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곤충을 이용한 다양한 음식 개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빠르게 확산되는 곤충 요리] 곤충 애벌레 단백질 함량, 소고기 버금… ‘귀뚜라미 피자’ 먹을 날 곧 온다
입력 2015-07-25 0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