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미래의 식량자원] 말린 고소애 통째로 입 안에 쏙… “와∼ 과자 같아!”

입력 2015-07-25 02:42 수정 2015-07-25 17:49
어린이들이 지난 15일 경기도 과천 서울경마공원 렛츠런파크에서 열린 ‘2015 창조농생명 과학대전’에 참가해 식용곤충으로 만든 요리를 먹어보고 있다. 과천=구성찬 기자
“여기에 진짜 벌레가 들어 있다고요?”

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서울경마공원 내에 마련된 곤충식품 시식코너 앞에 4∼5명의 중년 여성들이 모여들었다. 각자 하나씩 전달받은 아이스크림을 맛보던 이들이 품평회를 시작하자 장내는 순식간에 왁자지껄해졌다. “곤충이 들어갔다고 해서 긴장했는데, 약간 고소한 느낌이 나는 가루 토핑이 올려진 정도야”라며 안도 섞인 목소리에 “아이고, 우리야 어릴 때 메뚜기도 잡아 튀겨먹고 했는데 이런 곤충 가루 뿌린 아이스크림은 아무것도 아니지”라는 너스레가 이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4∼16일 개최한 ‘2015 곤충요리 경연대회 및 곤충식품 전시회’는 미래 먹을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곤충을 보고 듣고 맛보게 하는 자리였다.

꿈틀꿈틀 기어가는 고소애(갈색거저리 애벌레)나 꽃벵이(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 등의 살아 있는 모습을 보고 몸서리를 치던 관람객들도 대부분 곤충을 말려 분쇄한 가루를 뿌린 음식에 대해서는 용기를 냈다.

더러운 환경에서 사육되는 육식동물보다 오히려 깨끗하고, 영양도 좋다는 설명과 함께 “우리 다 번데기 먹지 않느냐”는 시식코너 직원들의 권유를 차마 떨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처음엔 “절대 안 먹는다”고 버티던 여대생 황예슬(23)씨도 시식코너 직원이 “아무것도 안 넣었다”고 능청을 떨며 건넨 ‘꽃벵이 슬러시’를 ‘에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받아들었다. 황씨는 “곤충 가루를 안 넣었다는 말을 솔직히 안 믿지만 그래도 내 눈에 ‘곤충 모양’이 안 보이니 한입 먹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징그럽다’거나 ‘해로운 벌레’에 가깝게 인식했던 곤충을 먹을거리로 받아들이는 게 쉽지는 않았다. 황씨도 “농업생명과학을 공부하는 학생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곤충식품의 장점을 알지만 당장 먹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직 음식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는 어린이들이 시식에 더욱 적극적인 것도 같은 이유였다. 말린 고소애를 통째로 먹어본 이지희(6)양은 “그냥 별 맛은 없는 과자 같았다”며 해맑게 웃었다. 이양은 같은 장소에 전시돼 있는 곤충요리 경연대회 수상 작품들을 보면서 “식당에서 먹는 요리랑 똑같아 보인다”며 신기해했다.

행사를 공동 주최한 곤충식품산업재단의 이영자 이사는 “곤충은 처음에 접근이 어려워서 그렇지 익숙해질수록 정말 장점이 많은 식재료다. 오히려 우리는 비싸서 못 먹는다”며 곤충식품의 가치를 연신 강조했다. 이 이사는 이어 “귀뚜라미나 고소애 볶은 것은 칼로리도 낮고 고소해서 맥주 안주로 정말 좋다”면서 “생산 단가만 맞춰지게 되면 고소애 가루를 넣은 떡국떡 등 활용 방법은 다양하다”고 강조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