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의 정보를 획득하는 행위는 모든 생명체에게 자기보호를 위한 기본적 행동요소이다.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오감)에 제6의 감각(육감)까지 동원된 정보수집 능력의 고도화 정도는 진화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오감 모두 필수적인 감각이지만 사람에게 있어 가장 근간이 되는 감각은 시각이다. 이는 직접적인 접촉을 필요로 하지 않는 감각(시·청·후각) 중 가장 넓은 공간적 범위를 다루기 때문이다.
인간의 시각은 색감의 구분, 가까운 곳의 작은 먼지서부터 멀리 있는 거대한 산을 지각하는 줌 기능, 미묘한 차이도 감지하는 예민성 등으로 인해 상당히 분화된 감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일정 수준 이하로 빛의 양이 제한될 경우 시각능력은 현저히 떨어지는 특성을 지닌다. 1㎡에 포함된 빛의 양을 럭스(lux)로 표기하는데 밝은 햇빛은 1만 럭스 정도이고 어두운 밤은 1럭스 정도이다. 이 두 값을 최대, 최소값으로 하는 범위(1∼10,000lux) 내에서 인간의 시각능력은 발휘된다.
빛의 한계를 극복하여 어둠의 세계를 지배하는 시각능력을 지닌 동물은 인간에 비해 얼마나 더 잘 볼 수 있는 것일까. 고양이의 경우 인간이 필요로 하는 최소 광량의 8분의 1 정도인 0.125럭스에서도 사물의 정보를 정확히 획득하고 분별한다. 동남아시아에 서식하는 안경원숭이는 체격에 비해 가장 큰 눈을 지닌 포유류로서 고양이를 능가하는 예민한 시각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들이 사물을 감지할 수 있는 최소 광량은 0.001럭스로 고양이의 125배에 이르는 인지능력을 지닌다. 이들보다 더욱 고도화된 시각능력은 곤충류에서 발견되는데 쇠똥구리는 0.001∼0.0001럭스, 어리호박벌은 0.000063럭스의 어둠 속에서도 사물을 분별한다. 야간 시각능력 1위는 바퀴벌레의 일종인 별바퀴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빛의 기본입자인 광자가 1개만 존재해도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별화된 감각능력에 따라 자신만의 생태적 지위를 지니고, 이에 기초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시스템이 바로 생태계다. 볼 수 없는 것을 무리하게 보려할 때 생태적 질서는 무너지곤 한다. 남의 행동을 몰래 엿보아 살핀다는 사찰도 이러하다면 논리의 비약일까.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사이언스 토크] 시각과 사찰
입력 2015-07-25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