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가뭄피해 극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목표 시한을 하루 앞두고 긴박한 막판 협상을 벌였다. 새누리당이 처리시한을 지키는 대신 세입보전 대책에 대한 야당 요구를 받아들여 ‘법인세 정비’ 문구를 넣기로 하면서 양측은 극적인 합의를 이뤄냈다.
◇여야 신경전=여야 협상은 23일 날카로운 신경전 속에 진행됐다. 오전 조원진·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가 접촉해 추경안 처리와 해킹 의혹의 진상규명 방식을 놓고 협상에 돌입했다. 김성태·안민석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도 별도로 만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삭감 규모 등을 논의했고, 오후 원유철·이종걸 원내대표의 담판이 시도됐다.
추경안과 관련한 양측 최대 쟁점은 세출 일부 삭감과 세입보전 대책 방안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수결손 재발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확보는 야당이 절대 물러날 수 없는 부분”이라며 “특히 합의문에 ‘법인세’라는 말이 명시돼야 한다는 것이 마지노선”이라고 버텼다. 새정치연합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법인세 정상화를 합의문에 담을 수 있도록 (여당의) 진정성 있는 태도를 요구한다”며 “(해킹 의혹은) 국회법에 명시된 청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청문회는 최소한의 조치에 불과하다”고 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추경은 시기와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목표 시한 내 처리를 거듭 촉구했다. 원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경은 민생 응급처방으로, 속도와 타이밍이 생명”이라며 “내일(24일)이 우리 국회가 민생을 살린, ‘민생 추경의 날’로 기록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야당의 대승적 협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여당의 추경안 단독처리 시도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정의화 국회의장이 여야 협상 전에 “정의화 사전에 단독처리란 단어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막판 협상=협상은 새누리당이 부대의견에 법인세 논의 명기를 언급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추경안 처리와 국정원 해킹 의혹 관련 진상규명 방식이 ‘빅딜’ 처리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앞서 여야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추경안에 ‘기재부는 법인세제 개편을 포함한 구체적인 세입확충 방안을 강구하고 국회와 토론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지 여부를 놓고 논의한 바 있다.
오후 3시20분 시작된 원내대표 회동에서 여야는 법인세 관련 구체적인 문구 협상에 나섰다. 야당은 “정부의 세입 추계 실패로 매년 수조원 규모의 세입보전 절차가 이뤄지고 있다”며 법인세 정상화를 포함한 세수결손 방지 대책 마련을 강하게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법인세 인상을 못 박을 수 없다고 버텼지만 세입 확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며 의견접근을 이뤄냈다. 이에 따라 법인세 관련 부분은 소득세와 함께 정부가 마련할 세입확충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수준으로 언급됐고, ‘인상’ 대신 ‘정비’라는 표현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여야는 추경 규모에 대해서도 세입 관련 예산 2000억원을 삭감해 국채발행을 줄이고, 세출 부분은 SOC 사업 등을 포함한 5000억원 규모를 삭감해 이를 메르스 및 가뭄 피해 지원에 보충하는 형태로 조정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법인세 논의 불씨=여야는 법인세 인상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기로 합의했지만 인상에 대한 입장차가 커 향후 여야 협상의 새로운 불씨가 될 전망이다. 야당은 그동안 이명박정부에서 최고세율을 22%로 낮춘 법인세를 25%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정부·여당은 우리 경제가 내수 침체와 수출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만큼 법인세율 인상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실제 여야는 원내대표 합의문 서명 뒤에도 법인세 정비 관련 문구를 넣고 서로 달리 해석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법인세 정비가 곧 법인세 정상화”라며 “인상을 포함해서 국회에서 논의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조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 당은 법인세 인상 여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정부가 세수결손 방지 등에 대한 모든 방안을 가져오면 이를 국회에서 다루겠다는 뜻”이라고 맞섰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법인세 논의는 야당이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문제인 만큼 논의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 지도부가 받아들인 것 같다”며 “법인세율 인상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전웅빈 문동성 기자
imung@kmib.co.kr
與 ‘실리’ 챙기고, 野 ‘명분’ 얻었다
입력 2015-07-24 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