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연령기준 높여야 하나… 65세? 70세? 급속 고령화에 ‘상향’ 목소리

입력 2015-07-24 02:32

현재 만 65세 이상인 ‘노인’ 연령 기준을 높여야 할까.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이 기준을 높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00세 시대, 노인 기준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를 열고 각계의 목소리를 들었다. 참석자들은 연령 기준 조정 필요성에 공감했으나 복지 사각지대 발생 등 부작용도 우려했다.

노인 기준을 높이자는 주장의 배경은 ‘누가 노인인가’에 대한 생각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발제자로 나선 정경희 보사연 고령사회연구센터장은 “특히 노인이 생각하는 노인 연령이 10년 전과 비교해 크게 변했다”고 전했다. 2004년 조사에서 ‘노인은 75세 이상’이라는 응답이 8.6%에 불과한 반면 지난해 조사에선 31.6%가 같은 대답을 했다. 2013년 30∼70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3%가 노인의 연령 기준을 70∼74세라고 했다. 정 센터장은 “신체적인 독립성이 있는 노인의 증대를 반영한 현상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부정적 사회 인식을 갖는 노인 집단에 속하지 않고 싶은 생각도 반영됐다”고 말했다.

최근 대한노인회는 노인 연령을 단계적으로 70세로 높이자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노인회는 ‘젊은세대와의 상생’을 내세웠다. 각종 혜택을 받는 인구를 줄여 젊은세대의 부담을 덜 주겠다는 취지다. 이병순 대한노인회 선임이사는 “노인을 복지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맡겨 달라는 뜻”이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임인택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관은 “지금 당장 노인 기준을 70세로 올릴 경우 기초연금 1조9000억원을 포함해 연간 2조3000억원의 재정 절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인 연령 상향 논의는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 유엔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대체로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본다. 즉 노인 연령 상향 논란 자체가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는 방증이다. 일본은 고령백서에서 65∼74세와 75세 이상으로 구분해 통계를 제시하고 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노인 연령을 당장 70세 이상으로 올리는 것은 곤란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노동통계연구실장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압도적으로 높다”면서 “노동시장 참여가 일어나기 힘든 상황에서 연령 기준만 올리면 큰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토론회 다른 세션에서 발표된 ‘은퇴 없는 사회를 향한 고용 시스템 개선 방향’ 보고서를 보면 2007∼2012년 한국 남성의 평균 실제 은퇴 연령은 71.1세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노인 기준이 높아져 연금 등 각종 혜택이 줄어들면 노년층 남성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정 센터장도 “기준을 올리기 전 사회 안전망이 마련되지 않으면 일부 노인은 사회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고, 세대 갈등과 노·노(老·老)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신중한 입장이다. 임 노인정책관은 “노인 나이 기준을 모든 제도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 분야별로 적용 가능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며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