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준비생의 34.9%는 공무원 임용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일반 기업체 취업준비생은 18.9%로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다. 우리사회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 들어가 최악의 취업경쟁에 내몰리는 젊은이들의 자화상이다. 대학졸업 후 첫 취업에 걸리는 시간은 올해 평균 11개월이다. 청년 4명 중 1명(25.4%)은 1년 이상이 걸렸다. 직업안정을 추구하는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느는 것은 우리사회가 활기를 잃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무원 준비 최대=지방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안모(30)씨는 2년째 9급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하고 있다. 보통 어른들은 ‘공시생’을 편한 직장에 가려는 나약한 청년으로 보지만 안씨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안씨는 “지방대 출신은 대기업 입사가 바늘구멍이니 주로 중소기업에 간다”면서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월급을 받으며 결혼이나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지방직 공무원 필기시험에 떨어졌지만 다시 도전할 생각이다.
안씨처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 취업준비생이 늘고 있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및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청년층(15∼29세)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생은 63만3000명이었다. 이들 중 일반직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취업준비생은 22만1000명이었다. 올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뽑는 공무원은 2만2000명인데, 신규 채용인원의 10배에 달하는 청년이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 청년 취업준비생 중 일반직 공무원을 준비하는 비중은 34.9%에 달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36.2%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일반 기업체 입사를 준비한다는 청년의 비중은 지난해 25.5%에서 올해 18.9%로 줄었다.
공무원 준비에 청년 취업준비생들이 몰리는 이유는 직업의 안정성과 시험의 공정성 때문이다.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임모(27·여)씨는 “일반 기업에 취업하면 출산하고 그만둬야 하는 경우도 많지 않냐”며 “공무원은 육아휴직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정년도 보장되니 여자에겐 가장 좋은 직업인 것 같다”고 했다. 안씨는 “대기업을 준비하기도 했는데 학벌 때문에 많이 떨어졌다”면서 “공무원 시험은 학벌을 보지 않으니 지방대 출신도 합격할 수 있어 준비하게 됐다”고 했다.
◇생활비 벌기 위해 일하려는 고령층=청년층에게 취업이 고민이라면 고령층에겐 너무 짧은 근속기간이 고민이다. 통계청이 55∼64세 고령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의 근속기간은 지난 5월 기준으로 14년9개월이었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5년에는 16년10개월이었다. 10년 만에 25개월 줄어든 것이다.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 평균연령은 올해 49세로 나타났다.
그러나 수명이 늘어나면서 일을 하려는 고령층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55∼79세 고령층을 대상으로 지난 1년간 구직경험이 있는지 물었더니 16.0%는 ‘그렇다’고 답했다. 2005년 조사에서는 11.3%였는데 10년 만에 4.7% 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지난 1년간 취업 경험이 있는 고령층 비율은 62.2%로 지난해보다 0.3% 포인트 높아졌다. 앞으로도 일하기를 원하는 고령층은 전체 고령층 인구의 61.0%를 차지했다. 일하고 싶어 하는 이유로는 57.0%가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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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후 11개월 ‘백수’… 취준생 35% 공무원시험 준비
입력 2015-07-24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