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총대 멨지만 ‘곳곳 난제’… 與도 野도 ‘고민 깊은’ 노동개혁

입력 2015-07-24 02:05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23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정부발(發) 노동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동희 기자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발(發) ‘노동개혁 전쟁’에 총대를 메고 나섰지만, 고심이 이만저만 아니다.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결사반대 스탠스인 야당과 노동계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가 최대 난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개혁 타이밍’도 악재로 작용할 개연성이 다분하다.

새누리당은 23일 노동개혁 전담 기구 구성에 속도를 냈다. 전날 당정청 회동에서 출범시키기로 한 당내 노동개혁 기구의 명칭을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로 정하고 조만간 특위를 출범시킬 방침이다. 김무성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아들, 딸을 위해 노동개혁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고 반드시 지나가야 할 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대표는 최근 노동개혁의 시급성을 호소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문재인 대표)이라며 여권의 노동개혁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새누리당 입장에선 노동개혁에 필요한 입법 추진이 난항을 겪게 된 것이다. 야당과의 대화도 어려운데 노동계를 설득하기란 더욱 힘든 상황이다.

여권 안팎에선 “박근혜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밀어붙일 때보다 훨씬 더 큰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우려가 높다. 신분상 ‘집단행동’에 직접 나서기 어려운 공무원들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았는데, 이번엔 폭발력을 가늠하기조차 힘든 ‘대형 노동조합 단체’를 상대해야 한다.

정치권 합의가 끝내 실패할 경우 공은 또다시 노사정위원회로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지난 4월 결렬됐던 노사정위가 제 역할을 맡을지는 미지수다. 노동개혁의 핵심 쟁점인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해 노동단체들은 벌써부터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노사정 협상 테이블에서 이탈한 한국노총은 18년 만의 총파업 가능성을 거론하며 결기를 보였고, 민주노총은 두말 할 것도 없다. 대화를 이끌 노사정위원장 자리는 3개월 넘게 사실상 공석이다. 김대환 위원장은 지난 4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무산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힌 상태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해고요건 완화’ 방안은 노동계의 더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앞서 노사정 대화가 깨진 이유가 바로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방침이었다. 다시 여권이 이 카드를 집어들 경우 노동계의 총력 투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 타이밍도 큰 문제다. 김무성 대표는 “표를 잃더라도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당내에선 “총선이 코앞인데 표심을 다 잃는다”는 회의론이 나온다.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하루빨리 노동개혁을 단행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지만, 개별 의원들이 지역구를 잃을 만한 위험한 일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대통령의 뜻이 담긴 개혁과제지만 어떤 의원이 특위 위원으로 선뜻 나서겠느냐”고 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잘 되겠느냐”고 잘라 말했다. 노동단체들은 여당이 노동개혁을 밀어붙일 경우 대규모 낙선운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은 “노동개혁은 2년 전쯤 시작했어야 지금쯤 결론을 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심각한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더 미룰 수도 없는 일이지만 내년 4월 총선이 있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