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5분기째 0%대 ‘저성장 늪’ 신호?

입력 2015-07-24 02:01

한국경제가 지난 2분기 0.3% 성장하는 데 그쳤다. 5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메르스와 가뭄 등 일시적 악재에 발목이 잡혔지만 근본적으로 수출 부진 등 구조적 요인이 해소되지 않고서는 올해 2.8% 성장도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23일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발표했다. 2분기 GDP는 전분기 대비 0.3% 늘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주 전 경제 전망치를 수정하면서 2분기 성장률이 0.4%로 예상된다고 밝혔지만 실제 산출된 수치는 0.1% 포인트 더 낮았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사고 여파로 2분기 민간소비 성장률(-0.4%)이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정부는 각종 경기부양책을 쏟아냈다. 2분기 0.5%로 떨어졌던 GDP 성장률은 3분기 0.8%로 상승세를 타는 듯했지만 4분기 0.3%, 올 1분기 0.8% 등 0%대에서 맴돌고 있다.

한은은 2분기 경제 성장을 저해한 주된 요인으로 메르스와 가뭄을 꼽았다. 메르스로 소비와 관광이 부진하면서 민간소비 증가율이 -0.3%를 기록했다. 특히 도소매 및 음식 숙박업(-0.5%), 운수 및 보관(-1.3%), 병원 업종이 포함된 보건 및 사회복지(-1.7%) 등 서비스업에 미친 영향이 컸다. 가뭄 등의 영향으로 농림어업은 전분기 대비 11.1% 감소했다. 이 분야가 국내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 정도지만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전체 성장률을 0.2% 포인트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전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3분기에는 메르스와 가뭄의 영향으로 인한 소비 생산 감소가 일부 시정되면서 마이너스 영향이 상쇄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메르스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급감이 예전 수준을 되찾기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국내 거주자 소비는 회복되고 있고, 가뭄 역시 비가 오면서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시적 충격은 사라지지만 한은 예상대로 올해 2.8% 성장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은은 지난해 4월 올해 4.2%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가 발표 때마다 전망치를 낮췄다. 지난 4월 3.1%에 이어 이달에는 2.8%로 낮춰 잡았다. 하지만 이 역시 높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요 품목의 수출이 부진하면서 순수출 성장 기여도가 4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하는 등 구조적 문제가 남아 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수출 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기댈 곳은 추경 정도인데 추경의 경제성장 효과는 0.2∼0.3% 포인트에 불과할 것”이라며 “연 2.8% 성장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사례를 들며 “부동산 활성화 등 정부의 인위적 경기부양 시도가 자칫 부동산 버블 붕괴로 이어지면 장기간 저성장으로 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