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안 오늘 처리 합의] 청년 일자리·경기 회복 ‘뒷전’… 지역구·SOC 예산 증액 ‘혈안’

입력 2015-07-24 02:28
국회가 정부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이번에도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겉으론 메르스 사태와 가뭄 피해복구, 경기 회복을 외쳤지만 정작 국회 상임위 심사 과정에선 지역구 의원들의 이해가 걸린 사업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증액 요구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추경안 심사에서 지역구 민원성 예산을 대폭 밀어넣었다. 정부가 당초 국토위 소관으로 상정한 도로와 철도 예산은 각각 3996억원과 8207억원이었다. 그러나 상임위 심사가 시작되자 17개 사업에 걸쳐 2445억원 증액을 정부에 요구한 것이다. 이 가운데 16개 사업은 정부가 제출한 원안에는 아예 없던 사업이다. 결국 소위원회 논의에서 조정돼 총액 기준으로 639억원이 증액됐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역 축제와 직결된 ‘문화관광축제 예산’ 가운데 9개 사업, 20억원을 증액했다. 정부안에도 이미 91억원이 반영돼 있던 사업들로, 메르스로 인한 관광경기 침체 활성화를 위한 증액이라는 설명이 다소 무색해 보인다. 또, 10개 지방·소하천 정비 사업 예산 105억원도 추가됐다.

정부 추경안 중 SOC 사업 예산의 ‘여당 쏠림 현상’을 놓고 여야 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예결위 소속인 새정치민주연합 최원식 의원에 따르면 도로와 철도 추경 사업 예산 가운데 여당 의원 지역구에는 1조1378억원이 배정된 반면 야당 의원 지역구엔 3756억원이 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혜 지역의 국회의원 수도 새누리당이 61명으로 새정치연합·무소속 18명의 3배 이상이었다. 최 의원은 “이번 추경은 빚내서 하는 추경으로 국민 모두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인데 혜택은 새누리당과 영남 등 특정 정당과 지역에 편중돼 있어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청년 일자리와 수출기업 지원 예산 등 경기회복 예산은 국회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삭감돼 지역구·SOC 예산 증액과 대비됐다. 고용노동부의 ‘중소기업 청년인턴’ 지원 예산은 정부안 1809억원에서 36억원 삭감됐고, ‘청년취업 아카데미’ 예산도 16억원이 깎였다. 정부가 기업에 지원하는 ‘세대 간 상생고용’ 예산 역시 205억5000만원에서 61억원 삭감됐고, 수출 부진으로 고통 받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편성된 기획재정부의 ‘한국수출입은행 출자’도 250억원이 깎였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