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23일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과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국정원 내 감청 의혹 관련자 및 나나테크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나나테크가 스파이웨어를 수입 판매하는 과정에서 인가를 받지 않아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의혹과 국정원이 스파이웨어를 이용해 해킹으로 정보를 취득함으로써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한 의혹을 수사해 달라는 내용이다.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고발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날 고발은 너무 성급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국정원이 이탈리아에서 도입한 해킹 프로그램을 악용해 국민들의 스마트폰 사용 내역을 들여다봤을 가능성과 관련한 논란이다. 국정원이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선량한 민간인들을 상대로 불법 도·감청을 했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관련자는 당연히 법에 따라 처벌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은 그야말로 야당이 제기하는 ‘의혹’ 수준이다. 아직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과거 불법 도·감청을 거리낌 없이 자행했던 국정원이기에 오해받는 측면이 없지 않다.
정치·사회적 논란을 잠재우는데 검찰 수사가 가장 손쉬운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이번 논란의 경우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에 외부 수사기관이 국정원의 활동을 샅샅이 뒤져 공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주요 선진국과 한반도 주변국들은 지금 첨단정보 전쟁과 사이버 전쟁을 치르고 있다. 북한은 해킹 능력에 관한 한 세계 최강국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만 여야 정쟁에 휩싸여 최고 정보기관의 겉과 속을 만천하에 드러내 보일 경우 국가안보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검찰 수사보다 국회 정보위원회 조사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우리가 주장해 온 이유다. 비밀정보 취급 자격을 가진 정보위원들이 국정원 현장을 방문해 비밀자료 열람과 관련자 조사를 실시할 경우 사건의 실체에 상당 정도 접근할 수 있다고 본다. 새정치연합이 그런 절차를 깡그리 무시한 채 검찰에 고발장부터 제출한 것은 무책임한 행위다. 국정원을 그토록 불신하면서 또 다른 권력기관인 검찰의 수사 결과는 얼마나 신뢰할지 모르겠다.
이번 사건의 진상을 조기에, 그리고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국정원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국가기밀이란 이유로 자료를 숨기고 진술을 거부하면 어떤 기관의 조사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 국정원은 국민적 의혹 해소 차원에서 대북 및 해외 공작과 관련된 핵심 기밀이 아닌 한 모든 자료를 내놓아야 한다. 그것은 야당이 아닌 국민의 요구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을 국정원에 지시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침묵은 무책임해 보인다.
[사설] 국회 정보위 조사 전제로 국정원 적극 협조하라
입력 2015-07-24 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