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가뭄의 직격탄을 맞은 한국경제가 중병에 걸렸음이 수치로 확인됐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2분기 GDP는 전분기보다 0.3% 증가하는 데 그쳐 다섯 분기 연속 0%대 저성장을 이어갔다. 이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9일 올해 성장률 수정 전망치(3.1→2.8%)를 발표하면서 추정한 2분기 성장률 0.4%보다도 0.1% 포인트 낮은 것이다. 이로 인해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분기 성장률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난해 2분기에 0.5%로 떨어진 뒤 3분기 0.8%, 4분기 0.3%, 올 1분기 0.8%를 기록해 0%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2분기 성장세는 1분기에 비해서도 급격히 둔화됐다. 이렇게 고꾸라진 주요 요인은 메르스와 가뭄 피해다. 수출 부진에 메르스와 가뭄이 겹치면서 성장이 멈춰버린 모양새다. 완만한 회복 기미를 보이던 민간 소비가 1년 만에 감소세(-0.3%)로 돌아서고 농림어업 생산이 급감(-11.1%)한 것도 이들 악재의 여파다.
우리 경제는 깊은 수렁에 빠졌다. 생산, 소비, 수출, 투자가 모두 부진하다. 위험 수위에 달한 가계부채는 시한폭탄이다.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미국의 기준금리 연내 인상 등 대외 상황도 좋지 않다. 이런 난국을 돌파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주체들의 심리다. 위축된 소비·투자심리가 살아날 수 있도록 정부가 특단의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국회도 정부를 뒷받침해야 한다. 여야는 그간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정부의 세수확충 방안에 법인세 인상 부분을 포함시키는 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 왔다. 그런데 막판 협상을 통해 여야가 이날 추경안 부대의견에 ‘소득세·법인세 등의 정비’라는 문구를 명기하는 선에서 절충했다. 아울러추경안을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별 효과도 없는 저소득층 상품권 지급과 지역 민원사업 끼워넣기 등 여야의 한심한 심의 과정은 비판받아야 하지만 일단 급한 불은 끄게 됐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하지만 실제 집행에 나서더라도 추경 효과는 제한적이다. 구조적 문제까지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근본적으로 한국경제의 체질을 바꿀 구조개혁이 수반돼야 한다.
[사설] 5분기째 0%대 성장… 추경은 물론 구조개혁 절실
입력 2015-07-24 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