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3개월, 네팔의 희망가] 雨期 덮친 네팔 “비 피할 집·교실을…” 한국교회, 현지 교계와 3차 구호

입력 2015-07-24 00:03
한교봉·월드디아코니아(WD) 관계자들과 네팔 누와코트의 데우랄리초등학교 학생들이 22일 후원물품 전달식을 마친 뒤 한자리에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네팔 박타푸르 지역 비꺼마을의 지진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한교봉·WD 관계자들.
한교봉·WD 공동상임단장인 유만석 정성진 목사(오른쪽부터)가 21일 네팔 카트만두에서 루터교세계연맹 네팔지부 관계자들과 업무협약식을 갖고 있다.
한국교회는 네팔에 대지진이 발생한 지난 4월 25일부터 기도와 구호·지원활동 등 섬김을 이어오고 있다. 국민일보는 네팔 지진피해 성금을 함께 모금한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대표회장 김삼환 목사)·월드디아코니아(WD·이사장 오정현 목사) 관계자들과 함께 지난 21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네팔 지진피해 구호현장을 찾아갔다. 지진 발생 3개월에 즈음해 네팔 및 한국 교계의 피해복구와 구호활동 현황을 3차례 나눠 짚어본다.

◇서서히 ‘희망의 기지개’ 켠다=22일 오전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외곽순환도로 격인 링(Ring) 로드. 차창 밖으로 주저앉은 집들과 쩍쩍 금이 간 학교, 상점들이 3개월 전 모습 그대로 방치된 곳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시 외곽에서는 지진으로 거처를 잃은 이재민들의 텐트촌도 볼 수 있었다.

무너진 주택 앞에 빨간색 새 벽돌이 수북이 쌓여 있는 풍경도 눈에 들어왔다. 보수 공사를 앞둔 집들이었다. 반짝거리는 양철 지붕을 몇 겹씩 실은 트럭들이 눈앞으로 지나갔고, 농민들은 산등성이에 층층이 펼쳐진 계단식 논에서 모내기를 하고 있었다. 네팔주재한국선교사협의회(네팔한국선교사회) 회장인 어준경 선교사는 “네팔 사회 전반에서 지진피해의 아픔을 딛고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분위기가 느껴진다”면서 “하지만 피해 복구가 여전히 가장 큰 과제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비 안 새는 집, 임시 교실 급하다”=이달 초부터 우기에 접어든 네팔에서는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불어난 빗물에 움푹 파인 도로나 공터가 물바다로 변하기 일쑤다. 한교봉·WD 천영철 사무총장은 “거처를 잃은 취약계층 주민이나 시골마을 학교가 지진에 이어 우기에 따른 2차 피해를 당할 우려가 크다”면서 “비를 피할 수 있는 임시 주택과 교실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트만두에서 북쪽으로 30㎞가량 떨어진 박타푸르 지역의 비꺼마을. 불가촉천민으로 분류되는 달리트 계층이 삼삼오오 모여 사는 산골마을이다. 남편 없이 자녀를 데리고 사는 여성 가장들이 많은 지역인데, 마을 한가운데에는 반파됐거나 곧 무너져 내릴 듯한 흙집들이 위태롭게 서 있었다. 임신 7개월째인 런주 더마이(27)씨 집도 그 중 하나다. 더마이씨는 지진으로 무너진 집 바로 옆에 또 다른 간이 흙집을 지었다. 배부른 몸을 이끌고 이웃들과 함께 나무와 흙을 쌓아올려 열흘 만에 지붕을 설치했다. 마을 주민이자 지역교회연합체로 구성된 트랜스포메이션네팔(TFN) 회원인 메누까타파(여)씨는 “대나무와 양철 지붕만 있으면 6∼7년 정도는 비 맞지 않고 지낼 수 있는 거처를 지을 수 있다”면서 “정부가 제대로 지원해주지 못하는 곳에는 민간단체들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네팔 교계와 손잡은 한국교회=지진 발생 직후 현지 긴급구호부터 국내외 모금활동에 이르기까지 섬김 사역을 이어온 한국교회의 활동은 한 단계 진전되는 분위기다. 한교봉·WD는 21일 카트만두에서 전 세계 루터교연합체인 루터교세계연맹(LWF) 네팔지부, 네팔한국선교사회와 잇따라 업무협약(MOU)을 맺고 3차 네팔구호 프로젝트인 ‘주택 및 학교 재건 사업’에 착수했다.

LWF는 32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다. 1984년 설립된 네팔지부는 지진 발생 이후 상근 직원 50명을 포함해 총 10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재해구호단체다. LWF는 지역교회연합체로 구성된 TFN을 통해 박타푸르 지역의 주택복구 사업을 중점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LWF 네팔지부 프라빈 마난드하르 지부장은 업무협약식에서 “지진 이후 외부기관과 MOU를 맺는 것은 처음이다”며 “구호지역에 대한 철저한 실사와 예산 집행, 사후 보고, 지원 노하우 등을 한교봉·WD와 적극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한교봉·WD는 또 누와코트 지역 초등학교 10곳의 임시교실을 마련하는 사업도 병행한다. 현지 파트너는 회원 220여명을 둔 네팔한국선교사회다. 선교사회의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피해 학교를 돕고 선교 사역을 간접적으로 지원하자는 취지에서다.

1992년 설립된 네팔한국선교사회는 지난 4월 지진 발생 직후 한교봉·WD와 함께 1·2차 긴급구호 사역을 함께 펼쳤다. 한교봉·WD는 주택·학교 재건 프로젝트에 21만 달러(약 2억3800만원)를 투입키로 했다.

한교봉·WD 공동상임단장 정성진(거룩한빛광성교회) 목사는 “이번 협약은 재난현장의 지역교회와 지역사회, 해당 지역의 선교사들을 함께 잇는 연합사역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동상임단장 유만석(수원명성교회) 목사는 “효과적인 연합사역과 더불어 투명한 예산 집행과 행정절차 준수 등에도 내실을 기해야 할 것”이라며 “건강한 연합사역을 위해서는 한국교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트만두·박타푸르=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